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o Sep 28. 2022

르메르 집중탐구

인스타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브랜드 『LEMAIRE』의 미학

00 ┃WHY LEMAIRE, WHY?


5년 새 국내 패션 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르메르. 높아진 인지도 덕에 패션에 관심 좀 있다는 사람들은 모두 알 법합니다. 풍성한 실루엣, 절제된 톤, 창의적인 액세서리들은 르메르를 사랑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르메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본질적인 까닭은, 디자이너의 스타성 혹은 착용자를 압도하는 예술성에 기대기보다 착용자와 그의 페르소나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르메르는 조용하지만 힘 있는 우리들의 일상복이 되었고, 브랜드가 개인을 치환한 오픈런 시대에 작은 위로로 다가온 듯해요.


Neo가 이야기하는 르메르의 세 가지 매력은 무엇일까요.



01 ┃ 현대인의 패션과 르메르의 실용성


우리가 향유하는 패션은 항상 완벽하거나 최신이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쿠튀르에 오른 모델이 아니니까요. 일상복은 매일 입을 수도 있어야 하며 때로는 기능적이어야 합니다. 르메르는 이러한 일상성에 가치를 두지요. 그리하여 한 해 컬렉션 대부분은 입기에도, 보기에도 편안한 넉넉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실루엣 스케치로부터 디자인을 시작한다고 해요. 그만큼 전체적인 조화를 중요시하는 것이죠. 이렇게 탄생한 피스들은 옷장에서 가장 활용도 높은 한 벌이 됩니다.


하지만 르메르를 빛나게 한 것은 비단 편안함뿐만이 아닙니다. 르메르의 일상성은 시공간을 초월합니다. 그들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서 포착한 실용성을 재해석하지요. 가령 유러피언 클래식, 빈티지, 밀리터리, 워크웨어, 동양 의복들은 지속적인 모티브입니다. 그리고 매 시즌 등장하는 플리츠 팬츠, 트위스티드 팬츠, 차이니즈 로퍼, 블루종, 트렌치코트에서 바로 이를 확인할 수 있죠.


동양 의복의 실용성에서 착안한 르메르의 피스들.
쥬도 팬츠와 차이니즈 로퍼


밀리터리 모티브를 차용한 쇼 피스


22FW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르메르가 중앙아시아 유목민 전통 의상에서 착안한 피스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옷을 입는 것은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는 사라 린 트란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죠. 그리하여 22 FALL 쇼는 '현대판 수렵채집인'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모래폭풍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라도 하려는 듯, 겹겹이 레이어링 한 스타일이 자주 등장하지요. 특히 목과 얼굴을 덮는 탑, 종교 의상을 닮은 튜닉, 팬츠를 견고하게 감쌀 수 있는 부츠는 21FW부터 점점 더 많이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이 선보인 'Water bottle-Carrier'는 그 화룡점정이 아닐까요.


22FW WATER BOTTLE CARRIER



02  페르소나의 부활


실루엣만큼이나 영향력이 있던 르메르의 컬러웨이. 몇 년 전부터 각광받은 톤온톤/ 어스 컬러 스타일링은 르메르가 가장 훌륭하게 보여주었던 것 중 하나죠. 그들이 활용하는 저채도의 브라운, 카키, 그린은 항상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착용자를 돋보이게 합니다. 때문에 르메르의 쇼에서는, 모델들에게도 많은 눈길이 갑니다. 빈티지한 어스 컬러는 모델진의 피부색에 관계없이 훌륭하게 어울리기 때문이죠.



- 르메르를 입는 법

르메르는 아웃핏이 어디까지나 착용자를 돋보이게 할 수단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스타일은 '아이템'을 구매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죠. 대신 그는, 우리가 착장에 자신의 가치관 혹은 라이프스타일을 투영하길 바랍니다. 그 결과 착용자는 스포트라이트를 탈환할 수 있습니다.



03  Effortless chic의 끝판왕, 드라이 실크


르메르의 스타일은 Effortlessly Chic로 대표됩니다. 스타일을 위해 애쓰지 않지만, 여전히 세련되었다는 뜻이죠. 코튼, 울, 가죽, 데님 등 많은 소재가 있지만 르메르의 Effortless chic를 완성하는 기술적 집약은 단연 드라이 실크 소재가 아닐까 해요.


- 그래서 드라이 실크가 뭔데?

드라이 실크는 르메르의 독자적인 소재로, 구김이 가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으며 특별한 관리를 요하지도 않습니다. 얼핏 보면 트레이닝복에 쓸 만한 바스락거리는 재질이지만 재킷과 셔츠, 팬츠에 두루 쓰입니다. 드라이 실크는 포멀한 품목들도 부담 없게 만들어주지만, 그 특유의 광택감이 유려함을 잃지 않게 합니다. 빛의 세기, 종류, 그리고 관찰하는 각도에 따라 변하는 색상은 오묘합니다. 직장에서도, 휴일에도, 급하게 가야 하는 모임에도, 멋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여행에서도 입어질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이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