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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요나 Sep 16. 2022

갑과 을

어장관리, 가스라이팅 <2012 낡은 글>

저항할 수 없는 을.

을은 갑에게 꼼짝하지 못한다.

갑은 을의 심정이나 사정 따위에 관심이 없다. 


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채로

갑이 언젠가 손을 내밀 것이라는 기대와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절망 사이에 끼어

조금씩 갉아먹히고 있다.


을의 자유와 명예, 자존심이 사라지고 

생존만을 위한 인내만이 남아있을 때,

갑은 손을 내밀었다가 이내 손을 뿌리친다.


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다.

그 자리에서 멈춰서 생각도 멈추고 마음을 닫는다.

손쉽게 갑은 을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을에서 완전히 흥미를 잃는다.


을의 애원과 눈물은 역효과이며 

갑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우물의 뚜껑을 닫는다.


어둡고 습한 우물의 바닥에서 

잠시간 빛나던 갑을 차라리 보지 않았더라면 나았을까.


갑은 떠나고 다시는 되돌아 오지 않았다.

우물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절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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