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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Jan 18. 2023

경단녀가 되기 위한 준비물

마음 챙김 - 나 자신 토닥토닥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 행복이 시작될 줄 알았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기를 낳은 그 순간부터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24시간 끝나지 않는 육아의 시작이라고!


일을 그만두기로 한 것은 임신을 하고 첫 초음파 사진을 받아봤을 때다. 조그만 아기집에 아기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그때부터 내 몸은 아기를 위해서만 존재하게 되었다. 소중한 아기. 그런 아기를 품고 있는 내 몸. 소중하게, 아주 소중하게 배를 감싸고 일을 그만뒀다. 일을 그만두고 웃었던 적은 그 순간 한 번 뿐이었다.




돈은 안 벌고 집에만 있는 사람. 아까운 재능 썩히고 있는 사람. 워킹맘도 아니면서 투정 부리는 사람. 애가 셋도 아닌데 힘들다고 불평하는 사람. 모두 나에게 붙었던 수식어다. 주변에서는 아주 날카로운 사실로 자꾸만 나를 몰아세웠다.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도 없었다. 비참했다.

내 입을 다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힘들다는 말로, 이렇게는 살기 싫다는 투정으로 주변까지 힘들게 하는 나 자신이었다. 꾸역꾸역 삼켰다. 나의 초라함을, 처참한 마음을.

불평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발버둥이었는데. 씩씩해질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 비참함 속에서 언제까지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슬퍼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갈 방법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는데 나에게는 꽤 효과가 있었다. 바로 '마음 챙김'. 스스로 나를 챙겨주는 몇 가지로 주부의 서글픔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주변 상황이 바뀌지 않음에도 씩씩하게 슬퍼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순위 첫 번째를 '나'로 놓아야 한다. 먹고 싶은 디저트, 가고 싶던 곳, 하고 싶었던 것. 작은 것 하나라도 이루며 자신을 돌봐야 한다.

한동안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놓고 오전 내내 나만의 시간으로만 보냈던 적이 있다. 운동을 하고 씻고 나면 TV프로그램을 하나 틀어놓고 좋아하는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 내내 집안일과 육아의 반복이었지만 오전에 보낸 내 시간의 만족감은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다. 그리고 밤엔 다음날 오전의 시간이 기다려져 꽤 행복하게 잠들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설거지 한 번, 청소 한 번. 때마다 내가 나에게 칭찬했다. 싫은 일도 해내는구나.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는 부지런한 사람이구나. 스스로 토닥토닥. 셀프칭찬.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굉장히 중요하다.


스스로 토닥이며 잘 살아내다가도 나 자신이 또다시 미워지는 순간이 온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던 날. 초췌한 얼굴을 거울에 들이밀며 억지로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라고 말이다. 그날 이후 우울한 기분이 들 때면 내 어깨를 내 손으로 두드리며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곤 한다. 그러면 오늘 하루 용기 내어 살아갈 마음이 든다.



내가 살아갈 이유는 내 안에 있다.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살아갈 이유는 충분하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은 주부에게도 경단녀에게도 꼭 필요한 마음이다. 내가 원하지 않던 일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생활을 하며 좌절도 하겠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를 챙길 수 있다면 금방 좌절은 털어내고 건강한 마음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무력감의 시간은 언제나 올 수 있다. '내 마음 내가 챙겨주기'로 그 시간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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