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선 Apr 26. 2023

결혼했는데 외로우면 어떡하죠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식구들이 모두 나간 텅 빈 집에 홀로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그러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청소를 하고, 혼자 티브이를 보다 혼자 웃었다. 그리곤 다시 어두운 주방에 앉았다. 집안 구석구석의 어둠이 나에게로 몰려온다. 어딘가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은 이 공허함을 외롭다는 단어 말고는 표현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외동으로 자랐기에 외로움을 몰랐다. 어려서부터 주변에선 외동이라 외롭겠다고 걱정하곤 했는데, 태어났을 때부터 형제 없이 자라서 외롭다는 자체를 모르고 오히려 혼자 부모님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랐다. 어쩌다 오빠나 언니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그런 부러움은 아주 잠시, 나는 혼자가 좋았다. 조용한 집, 도란도란 작은 대화들, 지붕밑 완전한 세 식구였다.

결혼을 하고서도 행복했다. 낮엔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면 남편과 반가운 시간을 보냈다. 실로 완벽한 시간들이었다. 따로 또 같이하는 시간들이 조화로운 일상. 결혼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던 날들이었다. 물론 지금도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마음 한편에 자꾸만 외로움이 자라난다.


토끼같이 귀여운 아이가 둘씩이나 깡충거리고 쉴 새 없이 핑크빛 하트를 만들어 나에게 날린다. 하트는 점점 커져 가득 차오르지만 외로움 또한 나 여기 있다고 말하는 듯이 자꾸만 자신의 공간을 키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외로움도 함께 키웠나 보다.

무엇이든 완벽함을 추구하는 나에게 육아는 파도가 들이치는 바닷가에서 매일 모래성을 쌓는 일이었다. 애초에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한 사람을 완벽하게 기르는 일은 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나는 어리석게도 매일 아침이면 작은 삽으로 모래성을 쌓았다. 쌓고, 무너지고. 홀로 지쳐 울면서도 아이를 보면 웃다가 다시 울었다.


그렇게 너덜거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을 깊이깊이 재운 밤이 되면 남편이 온다. 고된 하루를 끝내고 집에 들어와 겨우 웃어준다. 그리고 동이 트면 다시 신발을 신고 나간다. 아이들은 언제 집에 왔었는지 흔적도 없는 아빠를 찾지 않는 날이 늘어갔다. 아이들에게는 엄마뿐이었고 그럴수록 난 더 고립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엔 남편을 원망했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눈의 모양, 시선만으로 얼마나 피곤한지 보인다. 주방에 서있는 자세만 봐도 배가 고픈 건지 입맛이 없는 건지 알 수 있다. 늦은 밤 씁쓸한 표정으로 집에 오는 남편에게도 알 수 없는 어두운 감정들이 매달려있는 것이 자꾸만 보인다.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새로 배워온 춤을 춘다. 두 손을 뒤통수에 대고 열심히 엉덩이를 흔든다. 셋이 함께 추다 배를 잡고 웃어버렸다. 서로의 뒤통수에 손을 대고 몸을 왼쪽 오른쪽으로 비틀며 웃기게도 춘다. 세상 밝은 사람처럼 맘껏 웃었다. 내가 오늘 웃을 수 있는 순간은 그때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매일 나는 스러져가는 모래성처럼 알알이 흩어져버다. 웃음으로도 작아지지 않는 외로움은 오늘도 나에게 손을 내민다. 또다시 캄캄한 외로움 속에 들어와 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요일의 못생긴 팬케이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