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목 Aug 13. 2024

정하늘! 우리 행복하게 살아보자.

하늘이의 퇴원을 축하하며

2024.05.22 ~ 08.06 신생아 중환자실

2024.08.06 ~ 08.07 일반 병동


77일. 하늘이가 병원에서 지낸 시간입니다. 지난주 수요일이었던 8월 7일, 하늘이가 드디어 저희 품에 안겼습니다. 


7월 중순에 퇴원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저희 부부는 제 휴가 기간인 8월 1일에 맞춰 하늘이가 집에 올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실제로 담당 교수님께 그렇게 부탁드리기도 했지만 교수님께서는 너무 이른 것 같다고 허락해주지 않으셨습니다.


퇴원을 위해서는 하늘이가 65ml 정도의 수유량을 자기 입으로 먹을 수 있어야 했습니다. 하늘이는 스스로 먹을 수 있는 힘이 없었기에 입을 통해 위까지 삽입되어 있는 가느다란 튜브로 우유를 넣어줘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하늘이가 자기 입으로 먹는 우유의 양은 10, 15, 20ml으로 천천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65ml를 스스로 다 먹기도 했습니다.


7월 말, 담당 교수님은 아무렴 부모가 돌보는 것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위루관(입을 통해 위까지 삽입된 튜브)을 달고 퇴원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셨습니다. 그래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부모 연습이 필요하다며 일반 병동에서 충분히 연습을 하고 퇴원을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늘이는 76일의 시간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보내고 8월 6일에 일반 병동에 입성했습니다.


우리 가족 사진, 일반 병동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써본 하늘


저희 부부는 부서질 것만 같이 가녀린 하늘이를 이제는 스스로 돌봐야 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겁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하루라도 빨리 하늘이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 정성스럽게 간호했습니다. 하늘이도 하늘이지만, 집에는 하루에 6번 이상 산책시켜줘야 하는 진돗개가 있어 서로 교대로 집을 오가며 정신없이 움직였습니다. 하늘이는 4인실에 입원하여 저희 부부가 함께 하늘이를 돌보기에는 너무나도 불편했습니다. 하늘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의료 장비가 알아서 경고음을 울려줄 테지만 저희 부부는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거의 뜬 눈으로 첫째 날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내와 저는 다크 서클이 콧구멍까지 내려온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마음이 통했는지 같은 주제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시작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더 이상 하늘이가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늘이가 병원에 있기에는 너무나도 건강했고, 저희가 그런 하늘이를 병원에서 돌보기에는 너무나도 불편했습니다. 이른 아침 회진을 도시는 담당 교수님께 간청했습니다. "교수님, 하늘이 퇴원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저희가 잘 돌보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그러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늘이는 8월 7일 늦은 오후에 드디어 저희 품에 안겨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퇴원하여 집에 온 하늘


육아 전쟁! 사랑하는 자식을 키우는 데 '전쟁'이라는 과격한 표현이 맞습니까? 그거 힘들어봤자 얼마나 힘들겠느냐고 비웃었지만 이거 솔직히 전쟁 맞습니다. 며칠은 그야말로 전쟁을 치렀습니다. 아내와 저는 경험이 없는 초짜 부모였고, 저희가 하늘이를 위해 하는 모든 행동들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늘이가 24시간 동안 8끼니 정도를 먹는데, 매 끼니를 한 시간에 걸쳐 먹다 보니 이것이 참말로 힘들었습니다. 저희 부부의 다크 서클은 콧구멍을 한참 지나 젖꼭지까지 내려올 지경이었습니다.


지쳐 쓰러져 있는 저에게 아내가 묻더군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아이를 갖지 않을 거야?" 잠시 고민한 뒤 저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육체적으로 진짜 지쳐있었거든요. 하지만 잠시 진지하게 고민한 뒤에 다시 답했습니다. "방금 한 말 취소야. 시간을 돌이킬 수 있더라도 나는 하늘이를 만나겠어. 우리가 힘들다고 규정하는 모든 일들을 삶의 축복이라고 여기고 감내했을 때,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 인지 엄청난 행복으로 돌아와. 아마 하늘이도 우리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줄 거야." 사실은 이미 그렇습니다. 하늘이, 정말 귀엽거든요.


퇴원 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드디어 아내와 저는 환상적인 팀워크를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들에 루틴이 생겼고, 이에 따라 모든 일들이 효율적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하늘이는 하루가 다르게 젖병을 빠는 힘이 강해지고 있고, 더 자주 배고파하는 걸 보니 확실히 기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녀석 입에서 '아빠'라는 소리가 나오는 그 순간을 너무나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이 찾아오면 아마 저는 펑펑 울지도 모르겠어요. 


아빠 무릅 위에 있는 귀염뽀짝 하늘


하늘이는 지금 곤히 자고 있답니다. 기특한 녀석! 육아를 해보니 엄마아빠 쉴 수 있게 잘 자주는 것만큼 고마운 것이 없습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부모님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군요. 모쪼록 하늘이가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랍니다. 정하늘! 퇴원 축하한다. 엄마아빠가 너무너무 사랑해. 우리 행복하게 살아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