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운증후군 아기를 갖는다는 것

by 정현태

살다 보면 여러 불행을 겪게 됩니다. 인간은 불행을 피하려고 가진 노력을 다하지만, 어떤 불행은 아무리 애써도 피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불행을 경험합니다. 이렇게 보면, 불행은 우리 삶을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가 분명합니다.


어느 순간, 저는 불행을 불행이라 부르는 일을 멈추었습니다. 지금은 글을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불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저는 불행이라는 것이 실존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만약 인간의 삶에 불행이 기본값이라면, 듣기만 해도 거북한 이름을 굳이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혹자는 "불행이 아무리 삶에 기본값이라 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 무언가의 크기나 정도를 따지는 것은 어찌 보면 우스운 일입니다. 나에겐 너무나도 불행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운증후군 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이 말을 듣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할 것 같나요? 저는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 꽤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를 포함해 다운증후군 아기를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경험하는 현실과는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여 주십시오. 저는 진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경험해 보길 바라지만, 이것이 터무니없는 바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본 것만을 '압니다.' 궁금하실 것 같아 말씀드리면, 우리는 괜찮습니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둔 대부분의 가정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아이의 삶은 물론 우리의 삶도 비관하지 않습니다. 제 친구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중에 가면 힘들어질 거야" 여러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말할 때는 언제나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다운증후군 아이와 일평생을 함께한 부모는 물론 그 주변 사람들까지 대체로 행복한 삶이었다고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 다운증후군 아기를 갖는다는 건 여러분이 예상하는 것만큼 고통스럽거나 힘든 일이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누구나 삶 속에서 버거운 숙제 한두 개쯤은 안고 살아갑니다. 제 숙제라고 여러분의 숙제보다 특별히 더 어렵지는 않습니다. 불행, 숙제 등의 언어를 사용하여 삶의 일부인 이것을 어떻게든 묘사해 보고 있지만,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그저 이 모든 것들이 삶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여러분 또한 지금 겪고 있는 고난이나 고통 등에 '불행'이라는 이름 대신 '삶'이란 이름을 붙여 보시기 바랍니다. 불행이라 부르면 맞서 싸우게 되지만, 삶이라 부르면 항복하게 됩니다. 불행이라 부르면 애쓰게 되지만, 삶이라 부르면 인정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서로 사랑합시다. 달관한 자가 아니라면, 이 삶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살아갑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이는 분명 실존적인 문제입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그 사람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그리고 좀 더 따스한 눈빛을 건네십시오. 그럴 수 있다면 꼭 안아 주십시오. 사랑만이 유일한 답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삶으로 말하는 것보다 강력한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