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졸업생

by 정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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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졸업생이 생겼다.


A는 내가 막 공부방을 열었을 때부터 함께 공부한 여자 아이였다. 어머님은 우연히 내 블로그의 글을 보고 오셨다고 하셨고, A를 맡겨주신 후 내게 완전한 신뢰를 보내주셨다. 요즘 시대에 남자 선생님에게 딸을 맡기는 것이 쉬운 결정이 아니셨을 텐데 어머님은 무슨 이유에선지 내게 확신을 갖고 계셨다. 처음 몇 달은 원비와 함께 커피 쿠폰을 보내주시기도 하셨다. 말리지 않으면 계속 보내실 기세이셨기에 몇 달이 지나서는 정중히 사양했다.


A는 2년 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수줍음이 많았던 A는 처음엔 내 눈도 똑바로 보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이내 조잘조잘 자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수다쟁이가 되었다. A는 어려서 책을 많이 읽었는지 언어적 감각이 아주 훌륭했고, 내가 지도하는 방식과 잘 맞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영어 실력이 좋아졌다. 초반에 엄청나게 성장한데 비해 꽤 긴 시간 실력 향상이 지체된 부분은 이제와 생각해보면 좀 아쉽게 느껴진다. 매번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교실에 들어서고, 또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생각하며 교실을 나서지만, 한 학생과 인연이 완전하게 마무리될 때는 모든 것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A는 개방정을 떨며 학원에 자주 놀러 오겠다고 이야기하며 학원을 나섰다. 집에 가서는 같은 내용의 카톡을 또 보내온다. 그동안 따듯한 밥 한 끼 사주질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치킨 쿠폰을 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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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인연 되는 모든 학생들에게 내가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너희 부모님 다음으로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나일 것이라는 말. A가 앞으로 밟아나갈 길 위에 행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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