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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Nov 26. 2022

내가 5학년부터 지도하는 이유

너도 나도 이른 시기에 사교육을 시작하니 우리 자식도 안 하면 뒤처지는 줄 알고 깊은 고민 없이 학원에 등록하시는 학부모님들을 많이 봅니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선생으로서 이러한 세태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가끔은 정말 눈물이 날 만큼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때가 있는 법입니다. 봄에 피는 꽃이 있는데 겨울에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한들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초등학교 저학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작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 녀석들은 좋은 말로 하면 아직 자연(自然)스럽고, 재밌는 말로 하면 아직 야생적입니다. 일차원적 욕구에 충실할 때이지요. 그래서 이때는 무언가를 학습함에 있어 '즐거움'이 없다면 학습 효율이 떨어집니다. 저는 영어 선생이니 영어만 놓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 영어를 배운다면 시청각 자료를 최대한 활용해서 공부해야지, 문법이나 쓰기, 단어 암기 등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있습니다. 단어를 10개라도 외웠다면 실패가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단어 10개는 고학년이 되면 10분이면 외웁니다. 그걸 꼬마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초등학교 저학년은 '놀이'로 학습에 접근해야지 '공부'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복합적인 사고가 가능해지는 시기는 5~6학년 시기입니다. 이때가 되면 수업에 대한 집중력도 좋아지고, 복합적인 사고가 가능해져 드디어 '공부'가 가능해집니다. 인지심리학자 피아제는 이 시기를 '형식적 조작기'라고 칭해 논리적 사고가 가능해지는 시기라고 봤죠. 필드에서 아이들을 보며 연구해 보면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아이가 이러한 변화를 겪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잘 가르칠 자신이 있지만, 아이들과 잘 놀아줄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지도를 하는 것입니다. 

'안 하는 것보다 뭐든 하는 것이 낫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왕 할 거라면 효과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른 과목은 주제넘게 조언할 수 없지만 영어에 있어서 만큼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저학년에게는 듣기와 말하기, 그리고 읽기 중심의 교육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제가 하는 입시 교육은 초등학교 5학년, 6학년이 되어서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어 교육은 저학년 아이들이 우선시해야 하는 교육이 아닙니다. 유치원생을 비롯한 초등학교 저학년은 오감을 충분히 활용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며, 무엇보다 책과 가까워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다를 겁니다. 저는 영어 선생이지만 늘 우리 말 공부(독서)를 비롯하여, 수학과 과학이 더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사실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수학과 과학도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합니다. 저학년 아이가 학원에 가기를 꺼려 한다면 한번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학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했지만 즐거움이 없다면 학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독서는 정말 중요합니다. 이것은 강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어려서부터 책에 노출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갑자기 책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면 이 아이들에게는 어려서부터 책이 간식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독서 습관이 없다면 독서 논술 학원에라도 보내셔야 합니다. 활자를 읽어내고, 상상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모든 과목의 학습에 튼튼한 기반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우리 말 교육(독서)과 수학, 과학을 우선 챙기세요. 그러나 반드시 즐거움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영어를 시키시겠다면 말하기, 듣기, 읽기 중심인 곳에 보내셔야 합니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학부모님! 조급해 하실 것 없습니다. 제가 지도하는 아이들은 대부분이 저와 난생처음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5학년, 6학년, 중1, 중2, 중3까지 다양했고, 영어 공부가 처음이었고, 지금은 아주 어려서부터 영어 공부를 한 친구들과 비슷한 실력으로 성장했습니다. 일찍 시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모든 것에 때가 있고, 그때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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