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목 Dec 10. 2022

첫 번째 졸업생

첫 번째 졸업생이 생겼다. 


A는 내가 막 공부방을 열었을 때부터 함께 공부한 여자 아이였다. 어머님은 우연히 내 블로그의 글을 보고 오셨다고 하셨고, A를 맡겨주신 후 내게 완전한 신뢰를 보내주셨다. 요즘 시대에 남자 선생님에게 딸을 맡기는 것이 쉬운 결정이 아니셨을 텐데 어머님은 무슨 이유에선지 내게 확신을 갖고 계셨다. 처음 몇 달은 원비와 함께 커피 쿠폰을 보내주시기도 하셨다. 말리지 않으면 계속 보내실 기세이셨기에 몇 달이 지나서는 정중히 사양했다.


A는 2년 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수줍음이 많았던 A는 처음엔 내 눈도 똑바로 보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이내 조잘조잘 자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수다쟁이가 되었다. A는 어려서 책을 많이 읽었는지 언어적 감각이 아주 훌륭했고, 내가 지도하는 방식과 잘 맞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영어 실력이 좋아졌다. 초반에 엄청나게 성장한데 비해 꽤 긴 시간 실력 향상이 지체된 부분은 이제와 생각해보면 좀 아쉽게 느껴진다. 매번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교실에 들어서고, 또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생각하며 교실을 나서지만, 한 학생과 인연이 완전하게 마무리될 때는 모든 것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A는 개방정을 떨며 학원에 자주 놀러 오겠다고 이야기하며 학원을 나섰다. 집에 가서는 같은 내용의 카톡을 또 보내온다. 그동안 따듯한 밥 한 끼 사주질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치킨 쿠폰을 보내줬다. 



나와 인연 되는 모든 학생들에게 내가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너희 부모님 다음으로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나일 것이라는 말. A가 앞으로 밟아나갈 길 위에 행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5학년부터 지도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