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자마자 퇴근하여 글을 씁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실 겁니다.
아파트 공동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엄청난 페인트 냄새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오늘은 아파트 내벽 공사가 있는 날입니다. 저는 자연을 사랑해서 호를 수목(水木)으로 지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만큼 그 극단에 있는 인공적인 것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연의 꽃향기와 대비되는 이 화학품의 압도적인 냄새에 오감이 경악합니다. 집에 온 지 15분이 넘게 지났는데도 아직도 눈이 따갑군요.
공부방은 아이들이 수시로 오가니 현관을 열어두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니 페인트 냄새가 공부방 안으로 침투해 옵니다. 1교시 아이들은 이미 와서 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페인트 냄새는 짙어집니다. 저는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업을 하는 것이 맞나 고민합니다.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수업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휴강이라고 알리니 일시 다발적으로 거의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의 생명력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의 본모습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자연입니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은 저의 존재에까지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나는 생명력을 북돋는 사람인가, 아니면 짓이기는 사람인가? 답이 선명하여 마음이 저려옵니다. 그래도 오늘은 아이들을 살렸습니다.
그래, 오늘 하루라도 '미래'에 존재하지 말고 '지금' 존재해라. 나도 그렇게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