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아무 문제없어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성준이예요. 저는 만 2세가 되어가요.
지금 제가 말할 줄 아는 단어는 엄마, 아빠, 형아, 할머니, 할아버지, 차, 배, 귤, 티브이, 그리고 우리만 아는 노래들의 가사에 나오는 아아아 같은 의성어나 모음소리 몇 개 정도예요.
형에 비해 제가 말이 늦은 편이라고 엄마는 걱정을 하고 있어요. 코로나19 상황의 여파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시지요. 입에 마스크를 쓴 어른들의 얼굴을 바라보느라 말하는 입모양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저는 그래도 가족들과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노크하고 들어오세요'라는 말은 못 해도 작은 손으로 문을 똑똑 두드리는 시늉을 하면 할머니도 형도 엄마아빠도 다 제 말을 이해하고 노크를 하시니까요. 하하하.
음식을 받아먹기 싫을 때는 고개를 돌리면 되고, 안기고 싶을 때는 애원하는 눈빛을 발사하며 두 팔을 위로 쭉 뻗지요. 형이 하는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하고, 속으로 나도 나도 말하면서 두 손을 가슴에 갖다 대기도 하죠.
엄마, 내 옆에 앉아요.
는 제 옆자리를 손으로 톡톡 치고요. '나를 따라오세요"는 아빠의 손을 잡고 제가 앞장서서 가면 되지요. 그러면 덩치 큰 우리 아빠가 웃으면서 저를 따라오세요.
그런데요, 가끔은 제 몸언어가 제대로 해석되지 않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럴 때는요, 목청껏 울어버려요! 그 울음이 얼마나 강력한 언어인지 차츰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원하는 걸 주지 않거나 제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싶을 때는 곧바로 크게 울어버려요.
그러면 어른들은 쩔쩔매면서 제가 뭘 원하는지, 뭘 필요로 하는지 열심히 궁리하고 찾는답니다. 히히. 마구 울어대면서 실눈을 뜨고 가족들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면 재미있기도 하지요.
요즘 저는 태블릿 PC로 동영상을 보는 재미를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티브이, 티브이 하면서 틀어달라고 요구하는데요. 엄마는 제 눈을 응시하면서 단호하게 안돼! 하시죠.
그러면 제 기분이 나빠서 앵~~ 하고 울어요.
오늘도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몰라요. 재미있는 영상을 보면서 말도 배우고 노래도 배워서 좋은 때 엄마는 왜 못 보게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흥, 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