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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물과마당이있는집 Nov 17. 2024

낑낑이의 찐 팬

__  센스쟁이 엄마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낑낑이예요.


오늘 저는요 빨강 플라스틱 공을 핼러윈 호박통에 밀어 넣었어요. 흔들어보니 소리가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호박통을 뒤집어도 공이 반쯤만 만나오고 쑥 빠져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엄마를 바라보며 공을 빼달라고 낑낑 소리를 냈어요. 제가 아직 (엄마, 아빠 두 단어 빼고) 말을 못 하지만 낑낑이의 소리는 말이 아주 잘 통한답니다. 헤헤.


울 엄마는요 제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와서 놀 때, 스마트폰을 들고 저를 촬영해요. 공놀이를 하며 서툴게 걸음마를 하는 장면, 공룡버스 그림책을 뚫어져라 내려다보는 장면, 두 손에 긴 플라스틱 장난감을 북채 삼아 들고 작은북을 두드리는 장면, 그리고 제가 입을 악어처럼 쩍 벌리고 하품을 길게 하는 장면에다 방송작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쌈박한 자막을 달아 훌륭한 영상을 뚝딱 만들어내시는 센스쟁이예요.


외할머니와 친할머니는 제 찐 팬인 거 같아요. 두 분은 자주는 못 만나는데도 저에 대해 시시콜콜 다 알고 계시거든요. 흠,  할머니들은 어떻게 저에 대해서 그렇게 다 알고 계시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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