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는 사막이지만, 사막은 고비가 아니다. 고비는 내가 살아서 넘었도다.
얼마 전 '아이패드'라는 서양의 신문물을 구입했다.
그것이 나에게 반드시 필요하냐고 엄밀하게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지만,
사야 할 이유를 묻는다면... 몇십 개의 이유를 댈 수 있다.
그런 거다. 그런 이유로 샀고, 그 과정에서 자기 합리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거짓은 과감히 하지 않겠다.
준비된 몇십 개의 자기 합리화적 변론 중에서 가장 길고 비중있게 쏟아 낼 준비(?)가 되어있는 제1의 근거로는 그림을 더 열심히 그리겠다는 어떤 의지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니, 반드시 중요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중요도가 떨어질수록 혼날 가능성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 반비례적 양줄타기 속에서 아이패드는 배송되었고, 벌써 몇 달이 지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사실이 증명해 주는 건, 무사히 살아남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 살아남은 자에게 글을 쓸 기회도 찾아오는 것이다.
사실 배송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이패드 구매의 정당성을 얻기 위한 소명의 그림을 그렸었다. 일종의 인정투쟁이라고나 할까? (고백하자면..;)
마치 '사형수의 수기'처럼, 그런 마음을 가지고 그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 그림들은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담긴 것임을 부정할 수 없고, 훗날 나의 이 아이패드가 한 시절의 찬란한 유물로서 발굴된다면, 맹렬한 투쟁의 역사 속에서 나의 생존과 인정을 향한 의지가 부디 저평가되지 않길 바라본다.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