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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언서 Dec 08. 2023

동네잔치 음식은 무조건 맛있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동네별로 한 해의 살림살이 내역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음식은 나누어 먹는다. 예전 같으면 돼지도 한 마리 잡고 여럿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푸짐하게 차려 놓고 하루를 흥겹게 보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여 돼지를 잡을 수는 없지만 돼지고기 수육에 잡채와 제철 해물 등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진한 국물로 끓여낸 떡국이나 국수로 잔치를 한다. 이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 아직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정이 있어 살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엊그제도 동네에서 초대를 받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직원들과 함께 마을회관으로 갔었다. 어르신들이 막 식사를 끝내고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마을회관 주방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요리하고 접시에 담아내는 손길 또한 분주하다. 이번에 새로 담은 김장김치를 벌써 익어 시원하고 맛있어 떡국하고 먹기에 그만이다. 젓가락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육과 잡채와 배추김치 담은 접시가 눈 깜짝할 사이 바닥을 보였다. 

 역시 동네에서 먹는 잔치 음식은 정말 맛있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동네에 큰일이 있으면 함께 모여서 음식도 하고 서로가 도와가며 살아간다. 물론 옛날에 비하면 어림도 없겠지만 그나마 한 해를 결산하는 대동회 날이나 정월대보름, 칠월칠석 등 특별한 날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누는 풍습은 이어지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이런 행사가 있으면 아주머니들은 함께 장을 보고 손수 음식을 하고, 아저씨들도 마을회관 주변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청소하는 일을 한다.

 동네잔치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다.

 이미 동네잔치를 수 도 없이 해보았기 때문에 각자 잘하는 음식이 정해져 있다.

 누구 엄마는 무침을 잘하고 누구 엄마는 볶음을 잘하고 누구 엄마는 국수를 잘 삶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그리고 한평생 손수 만들어 먹은 음식은 그 손이 기억하고 있어 계량컵이나 저울도 필요 없이 그저 눈대중으로 가늠해서 간을 하지만 그 결과는 정말 맛있다. 이런 음식이 바로 시골동네잔치에서나 먹을 수 있는 진정한 맛이다.

 새우젓 양념 하나에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새우젓은 짠맛이 강해서 김치를 담그거나 찌개를 끓일 때 맛에 풍미를 더하고 간을 맞추는 재료 중 하나다. 특히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재료이기 때문에 찌개를 끓일 때와 수육을 먹을 때는 새우젓보다 좋은 양념이 없다. 이런 양념 하나에도 쪽파와 고춧가루의 적당한 비율로 만들어져 일반 음식점에서 먹는 수육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 맛이 일품이다.

 그런 시골 잔치 음식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어린 시절 우리 엄마도 동네잔치 때마다 음식을 하시던 기억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수지가 있는 동네이다 보니 잔치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허다한 날 어죽과 매운탕을 끓여 오죽했으면 고추장 단지가 남아나질 않았다고 했다. 아무튼 엄마들의 손맛은 누구나 잊지 못하고 평생을 기억하고 있는 맛이다. 이 모든 엄마들이 한데 뭉쳐서 만들어 낸 음식이 맛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로 배우지 않았어도 오랜 세월 경험을 바탕으로 손에 익은 음식 솜씨는 그때그때 계절별 재료에 따라 적절한 양념 비율은 그 누구도 볼 수 없고 오롯이 기억만으로 손이 움직이는 대로 맛을 척척 만들어내는 비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엄마들의 손으로 만든 소중하고 맛있는 한 끼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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