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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언서 Feb 14. 2024

나는 누구? 지금 어디?

공직을 퇴직한 사람의 넋두리~

 나는 사회 초년생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4년의 세월 동안 고정관념의 틀에 박혀 바라보던 세상을 뒤로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될 수 없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조금씩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나 말투 등 몸에 익숙한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려니 어색하고 많이 불편하지만 새로운 인생을 위해 입장이 바뀌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깨우쳐야 한다.

 엊그제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을 했다.

 34년 동안 일상처럼 하던 일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아침부터 어수선하고 부지런을 떤다.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하는지, 몇 시에 가야 하는지 그리고 머리 스타일은 어떻게 할까? 직장 생활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설레기도 하고 어떻게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부담감도 있다. 내 몸에 익숙한 일이 아니고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든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래도 공직생활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며 직설적이고 성격이 급한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지만 나름 원칙과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약 1개월간 쉬고 다시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생겨서 다행이다. 이제 나랏돈이 아니라 개인기업의 경제 논리에 맞게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의 일부를 급여로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오랫동안 다양한 경험을 했기에 MZ세대보다는 수월할 수 있다. 

 그래도 자신할 수 없는 일이다.

 요즘 MZ세대들은 모든 면에서 기성세대와는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능력이 있고 예전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자만하고 안주할 수 없다. 어떻게 융화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동일한 사회일원으로서 긍정적이고 모범이 되고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먼저 퇴직한 친구가 신신당부를 한다. 

 몸에 익숙한 공직생활의 근성이나 타성은 모두 버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단다. 대답은 했지만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내가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엇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무엇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해 본다. 내 생각일지 모르지만 공무원은 신분만으로 안정감이 있는 직업이다. 또한 현행법을 적용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직업으로 일반일들에게 법적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양한 법을 수시로 접할 수 있고 늘 하는 일이 그런 일이다.

 하지만 이제 내 여건과 상황이 바뀌었다.

 어떻게 보면 공무원과 일반인 중 누가 갑이고 을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관공서와 공무원이 연관 안 되는 일이 없다. 물론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 되겠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법이나 규정에 딱 맞게 살 수는 없다. 법에도 판례나 예외 규정이 있고 공무원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이 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한다. 공직생활에서는 원칙을 강조하다 보니 나로 인하여 불편했던 민원인도 있었겠지만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너그럽게 살아가도록 노력하려 한다. 모든 일과 생각에 있어 절반만 실천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알아도 모르는 체, 보고도 못 본 체, 들어도 못 들은 체 이 세 가지를 항상 기억하며 실천하는 노력 중이다. 갓 시집온 며느리처럼 말이다.

 그럭저럭 새로운 직장에서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

 금방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을지라도 차근차근 몸에 익히다 보면 이 일이 내 일이구나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항상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던 공무원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나니 몸이 가볍고 마음도 편안하다. 

 나는 오늘 예산군민이고, 지금은 관공서가 아닌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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