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절차 간소화
우리는 3형제다.
몇 해 전부터 명절이나 기일에 제사를 간소화하기로 정했다. 그래서 명절에는 산소로 가서 기본적인 과일과 포를 진설하고 술을 올리고 절을 하는 것으로 예를 표한다. 굳이 집에서 명절음식을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형제끼리 상의해서 과감하게 결정했다. 물론 기일에도 부모님 두 분의 돌아가신 날이 며칠 차이가 나지 않아 매년 양력으로 동일한 날짜를 정하여 산소에서 간소하게 합동으로 절을 올리고 마친다. 이런 간소화는 각자 먹고살기에 바쁘고 특히 형님이 부산에 살고 계셔서 3형제 중 두 가족이 움직이기 불편해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런 번거로운 일정이나 시간 등 경제적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제사 음식의 가짓수도 많고 제례 절차에 따라 차리는 일이 어렵기도 하다. 그리고 집안의 내력에 따라 제례 방법도 다르지만 기제사와 명절 제사의 차림 또한 다르다. 그러다 보니 제사를 지낼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연 이런 문화는 언제까지 존속해야 할까?
명절이 가까워지면 제례문화에 대한 신문기사를 종종 접할 수 있다. 내용은 보면 우리나라에서 알만한 안동의 명문가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조상의 제례는 날짜를 정하여 합동으로 지낸다고 한다. 이런 이유 중 하나는 각자 직업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살다 보니 기일에 맞춰 직장에는 휴가를 내고 멀리까지 오고 가는 번거로움으로 인한 참석율 저조 때문일 것으로 본다. 또한 모든 일은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움직여야 제례도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제례에 있어 오래된 법도나 절차만 따질 것이 아니라 간소화 함으로써 자손들이 편하다면 조상님들 또한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제례에 올리는 음식도 공통적인 표준안은 없다.
제례는 생전에 좋아하신 음식이나 제철 과일 등 지역 특산물을 정성껏 올리면 된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제철 과일을 물론 수입과일도 제사상에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제사상차림에 대하여 사돈 오이 먹는 방법도 다르다는 속담처럼 제삼자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각자 집안에서 결정하고 정성을 다하면 그로서 예를 다하는 것이다. 어느 조상이 본인의 자손들이 어렵고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 편리하고 화목하게 살겠다는데 굳이 격식이나 절차를 따지며 싫어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나의 이런 제례 간소화가 다른 집안이나 사람들이 볼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형제들은 편리하고 좋다. 3형제 중 괜히 누가 한 사람이라도 유교문화적 제례 의식이나 절차를 지키자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무조건 옳은 것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 AI가 질문에 답을 하는 시대다. 엊그제 인터넷 기사를 보니 중국에서는 AI애인 열풍이라고 한다.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AI 인공지능 애인과 정서적 교류를 하는 앱이 열풍을 일으켜 ‘나’에게 최적화된 연인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언제까지 유교사상과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제례문화를 이어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점차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어려운 일이 닥치거나 할 때에는 항상 기성세대에게 책무를 떠넘기는 현상이 있다. 그만큼 기성세대의 인구가 많기도 하겠지만 나라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세대가 기성세대라서 전통의 변화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역할을 하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3형제는 2명이 기성세대에 속하기 때문에 제례의 간소화를 결정하는데 많이 수월했고, 또한 며느리들은 모두 기성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쉽게 의견일치를 볼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도 선구자는 기득권을 가진 자에게 온갖 고난과 핍박받는 것을 기록이나 사극을 통해서 많이 보았다.
물론 전통의 보존과 역사적 가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 맞는 방식으로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용단이 있어야 새로운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 하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가 자식들을 위해 더 이상은 지나친 격식에 얽매이는 일이 없도록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 생각한다.
내가 너무 편한 것만 좋아하는 이기주의자는 아닌지 모르겠다.
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한 것뿐이니 너무 크게 생각해서 확대 해석은 사양하며,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