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is in the detail
우리는 종종 소설이나 우화 속에서 등장하는 악마를 통해 진실의 이중성을 탐구합니다. 악마는 종종 사람들을 유혹하고 혼란에 빠뜨려 파멸로 이끄는 존재로 묘사되곤 합니다. 여러 글에서 저마다의 설정은 약간씩 다르지만 많은 이야기에서 악마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공통적으로 들어갑니다. 대신, 악마는 진실만을 말하되 그것을 불완전하게 전달하거나 특정 의도를 담아 왜곡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만듭니다. 이러한 설정은 진실의 힘과 위험성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진실은 강력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UX/UI 디자인에서 데이터를 다룰 때, 이 악마의 특징이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데이터는 설득력 있는 의사결정을 위한 핵심 도구로 사용됩니다. 정량적 데이터는 신뢰를 주며 객관성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진실을 말할 뿐이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디자인과 기획의 세계에서 데이터는 오직 사실만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린 해석이 반드시 올바른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이는 데이터가 보여주는 진실이 마치 악마의 진실처럼 해석에 따라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A 기업과 B 기업의 회원가입 구조가 있습니다.
* A 기업의 회원가입 이탈률: 20%
* B 기업의 회원가입 이탈률: 40%
단순히 이 데이터를 보면 A 기업의 회원가입 플로우가 이탈률이 더 낮다는 사실로 더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데이터만을 근거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며,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해석은 오류를 낳을 수 있습니다.
1. 모수의 한계
B 기업의 회원가입 데이터가 적다면 신뢰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데이터 분석에서는 충분히 많은 모수와 대표성 있는 샘플이 필수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데이터 자체는 진실이라 해도, 그것으로부터 도출된 결론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2. 업종의 특성
A 기업과 B 기업이 속한 업종의 차이도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금융 서비스처럼 개인정보와 자산 관리를 포함하는 서비스는 회원가입이 필수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은 회원가입 없이도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탈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3. 사용자 분석
심지어 같은 업종 내에서도 사용자 특성에 따라 데이터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A 기업의 주요 고객층이 20~30대라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회원가입 과정을 더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B 기업의 주 고객층이 50대 이상이라면 디지털 환경 적응도가 낮아 이탈률이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에서는 사용자의 연령, 성별, 직업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4. 외부 요인의 개입
그 밖에도 이탈률 데이터는 회원가입 인증 이벤트, 마케팅 활동, 데이터 수집 시기의 계절적 요인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기업이 특정 기간 동안 회원가입 보상 이벤트를 진행했다면 해당 기간동안의 이탈율은 적어 보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해석하는 과정은 철저히 주관적입니다. 이는 어릴 적 들었던 맹인이 코끼리를 만지는 고사와도 유사합니다. 각각의 맹인이 코끼리의 다른 부분을 만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코끼리를 해석하듯, 데이터도 보는 사람의 관점과 분석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클릭 수나 전환율과 같은 단순한 지표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용자의 감정과 행동, 맥락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릭 수의 상승이 긍정적인 경험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사용자의 혼란으로 인한 반복 클릭인지 파악하려면 더 깊은 분석과 맥락 이해가 필요합니다.
UX/UI 디자인에서 데이터를 해석한다는 것은 단순히 수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이는 데이터를 단순히 진실의 뼈대로 사용하기보다는, 그 위에 인간적이고 맥락적인 살을 붙여 풍부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데이터는 진실을 제공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디자이너의 책임입니다. 데이터 분석의 결과는 종종 디자이너의 편견이나 선입견에 따라 왜곡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 예산, 또는 확증편향으로 인해 보고 싶은 데이터만 보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기획과 디자인 단계에서 피해야 할 가장 큰 위험 중 하나입니다.
데이터와 숫자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악마가 진실을 말하더라도 그 진실을 비틀어 사람을 유혹하듯, 데이터도 단순히 수집하고 보여주는 것을 넘어, 해석과 활용 과정에서 다방면적인 관점으로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데이터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객관적인 정보를 넘어, 그 안에 담긴 사용자의 목소리와 행동의 맥락을 고려할 때, 비로소 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구독과 라이킷은 글 작성에 많은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