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 로지 Oct 17. 2022

오랜 친구와 멀어지는 순간

가족보다 더 많이 보고, 365일 중 360일을 대화하고, 모든 대소사를 함께하던 사람과도 어느 순간 멀어질 때가 있다. 우정의 유통기한이 다해서도, 특정한 사건이 있어서도 아니고, 어느 순간 연락이 뜸해지고, 그 뜸해진 연락을 둘 중 누구도 깨려 하지 않다,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왜 우리가 이렇게 멀어졌지? 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 하던 때. 그걸 찾아서 뭐한다고. 마치 헤어진 연인이라도 되는 마냥 깨진 유리조각을 이어 붙이려고 열심히 단서를 찾던 때.


하지만, 지금은 안다. 멀어지는 것에는 이유를 찾아도 소용없다. 그게 우리의 관심사가 이제 공통이 되지 않아서 일수도, 나는 결혼을 안 했고, 너는 결혼을 해서 라는 단순한 환경의 이유일 수도, 나는 자꾸 과거를 돌아보고, 너는 앞을 보는 사람이 되어서 일수도, 그것도 아닌 정말 아무 이유가 없이도 우리는 멀어질 수 있다.


나는 이제 멀어지는 사람을 붙잡지 않는다. 멀어져 가는 것에 아쉬워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힘들지만, 우리 언젠가 또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면 또 재밌게 이야기하자, 하고 멀어지게 둔다. 네가 어떠한 이유로 이제 나와 일상을 공유하지 않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언젠가 또 말 한마디에 지난 몇 년의 일상을 쏟아내는 날이 있을지도 모르니 큰 사건들을 내가 잘 저장해둘게, 하는 마음으로. 그것도 아니면, 우리 언젠가 기회 되면 또 마주하자,라고 심플하게.


 년을 알고,  년을 함께 했다는, 시간의 힘으로 상대방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이 내게 지금 등을 돌렸는지, 아니면 그저 다른 길로 가서 마주하지 못하는  정도는 예상할  있다. 언젠가  길이 합쳐질 , 다시 마주할  있기를.  길에서 서로  축이고,  다른 길로 걸어가게 되어도, 우리 마주 했을  반갑게 미소 지을  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알지 못하는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