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오빠와 이야기하다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었는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렵냐"는 대화가 나왔어요. 이 나이대 되면 마주치는 일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요. 만약, 아직 까지 이런 생각이 들지 않고, 사는 게 행복하고, 신나기만 한다면 운이 좋으신 분일 겁니다.
오빠는 올해 많이 힘들었어요.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여럿 있었고, 그럼에도 일상을 보통처럼 보내기 위해 버텨야 했죠. 꾸역꾸역 버티다 전화해서 "너는 요즘 어떻게 지내냐" 하고 묻던 목소리에, 저 역시 사는 것이 순탄하진 않다고 답했습니다.
진짜 이상해요. 어렸을 적 우리는 이런 삶을 생각해 본 적 없잖아요. 당연히 이 나이대 되면 근사한 집이나 차가 저절로 생기는 줄 알았고, 집은 생겼지만 그게 은행빚과 함께 일 줄은 몰랐고, 취업이 그렇게 힘들 줄도 몰랐고, 전쟁이 날줄도 몰랐고, 올해 금리가 이렇게나 오를 줄도 몰랐고,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는 건 정말로 생각도 해보지 않았고, 나 역시 건강할 줄로만 알았고,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인생을 살 것 같았는데, 현실은 우리를 언제나 비웃어요.
드라마는 시대를 반영하죠.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그 해 인기 직업은 파티쉐가 되었던 것처럼, 앞으로 올 시대를 미리 보여주거나, 이미 살고 있는 시대를 반영해요. 그래서인지 요즘 독립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힘들게 버티거나 욱여넣는 삶을 사는 이야기가 많아요. 물론 드라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극복해나가지만요. 하지만 우리는 드라마 주인공이 아니어서 인지 무언가를 극복하는 게 쉽지는 않네요.
살다가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마주칠 때, 어떻게 하세요?
저는 원래도 순발력이 없는 사람인 데다가 계획러여서 예상치 못한 일을 마주할 때는 그대로 얼어버려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요. 성격이라도 예민하지 않아서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하면 좋을 텐데, 또 그건 아니어서 노심초사 걱정은 온갖대로 하죠. 아무것도 아닌 것을 걱정으로 만드는 것은 제 특기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저보다 삶을 더 앞에서 살고 있는 분들께 묻고 싶어요.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마주쳤을 때 어떻게 그걸 넘기시는지, 평범하게 사는 것은 원래 이렇게 힘든 것인지도요.
오빠가 아무렇지 않게 "나 이제 암박사 됐잖아" 하는 말에서, 괜스레 무게가 느껴지는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