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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Feb 18. 2024

나눠 먹으면 더 맛있는 고구마 카스테라 소금빵



고구마를 무척 좋아한다. 그냥 고구마도 맛있고, 고구마무스도 맛있고, 고구마케이크도 맛있고, 고구마피자도 맛있고, 고구마튀김도 맛있고, 고구마맛탕도 맛있고… 고구마는 어떻게 먹어도 다 맛있다. 담백한 단맛에 흰우유와 잘 어울리니 질릴래야 질릴 수 없지 않은가!


어느 날 '호불호 갈리는 케이크'라며 친구가 보여준 인터넷 게시글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고구마케이크'가 취향을 타는 음식이었다니? 보들보들 포근하게 얹어진 카스테라 가루, 구수하고 달콤한 고구마크림, 얇고 촉촉한 제누와즈 시트. 나에게는 가히 환상적인 맛인 고구마케이크를 싫어하는 이유가 뭘까. 짐작건대 크림의 비중이 높은 케이크라 느끼하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일 테고, 단맛이 나긴 나는데 초콜릿케이크처럼 짜릿한 달콤함도 아니고 과일케이크처럼 상콤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치즈케이크처럼 진한 풍미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쉽게 물리는 것 같다.


물론 고구마가 별로라는 들의 심리를 유추해 본 것뿐 나에겐 전혀 해당사항 없는 이야기다. 이미 으깨 놓은 상태인 고구마페이스트를 혀로 다시금 눌러 주면서 음미하면 고구마케이크에서도 진한 맛이 나고, 강한 자극이 없기 때문에 먹어도 먹어도 과함이 없다. 고구마가 들어갔으니 다른 케이크보다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어 죄책감도 덜어진다. 거기다 사람들이 비교적 좋아하는 케이크라 몫이 늘어난다. 야호! 이보다 좋을 수가 있나.



그러나, 거리를 걷다 우연히 들어간 빵집에서 발견한 이 '고구마 카스테라 소금빵'은 고구마케이크가 느끼하다는 사람들마저 홀려버리리라. 고구마 원물의 맛을 살린 풍부한 고구마 크림을 짭짤한 소금빵으로 감싸주었으니. 소금빵 속을 빈틈없이 채운 달콤한 크림으로 속이 느끼해지기 전에, 소금의 짭짜름한 맛이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보송보송한 카스테라 가루는 이 빵에서 가장 단맛이 강한 부분으로, 가루를 치아 쪽으로 그러모아 오물오물 씹고 싶게 만든다. 그러면 뭉친 카스테라 가루에서 응축된 단맛이 느껴져 단맛-짠맛-단맛의 3단계를 완성해 준다.


롤케이크처럼 썰어낸 한 조각을 단숨에 먹어버리고 두 번째 조각을 베어물자 이번에는 날치알만 한 크기의 고구마 입자 도르륵 느껴지며 특유의 담백한 달콤함이 퍼진다. 맛있다. 든든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차가워진 흰우유를 한 모금 마시면 시원하게 씻겨내려가는 기분과 함께 또다시 시작할 수 있다. 처음 먹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야금야금 먹다 보니 절반 가까이 먹어 버렸다.


이렇게 맛있는 디저트는 절제하기가 어렵다. 참아야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면 두 주먹보다 약간 더 큰 빵을 삽시간에 해치웠을 것이다.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아 나머지는 가족들에게 나눠 주었다. 모두가 너무 맛있다며 감탄을 보내자 더 먹고 싶은 충동과 뿌듯함이 동시에 일었다. 후자의 감정은 가족들에게 '내가 처음으로 소개해 준' 디저트가 두루 인정받았다는 자기만족도 있었지만, 맛있는 디저트를 나누는 데서 오는 기쁨이 더 컸다.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으면 물론, 맛있다! 혼자 먹는다고 해서 맛이 떨어지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 혼자만 누릴 때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미식의 즐거움을 공유할 때가 가장 즐겁다. 그렇게 엔도르핀이 분비되니 미각 수용체가 활성화되고 음식 맛도 더 좋다고 느껴지는 게 아닌가. 그뿐인가,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면 가슴 속이 훈훈해지기도 한다. 나만 먹고 싶은 잠깐의 충동을 내려놓으면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해진다.


고구마 카스테라 소금빵은 내게 절제와 나눔이라는 단어로 남았다. 한 개를 독차지하고 싶을 만큼 맛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번 이 맛을 알게 된 이상 혼자서만 먹을 수는 없는 이다. 이제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또 들르게 된다면 넉넉히 사와야겠다. 왠지 절제와는 거리가 먼 발언인 것 같은데, 일단 먹어 보시길 바란다. 한 개씩만 먹어도 절제 그 자체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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