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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아빠 Feb 14. 2023

마음 단어사전 : 분노

격분하는 데 이유가 없을 수는 없으나,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드물다

: 벤자민 프랭클린


노여움은 무모함으로 시작하여 후회로 끝난다

: 피타고라스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정도로, 적절한 목적으로, 적절한 방법 안에서 화를 내기는 대단히 어렵다

: 아리스토텔레스


분을 쉽게 내는 자는 다툼을 일으켜도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시비를 그치게 하느니라

: 잠언 15장 18절 말씀



 사람의 화에 대해 연구를 한 사람은 아마도 무수히 많은 것이다. 하지만 연구를 많이 한들 무슨 소용이람. 여전히 불같은 화로 인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는데.


 사람이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은 미친 사람의 모습과도 흡사한데, 분노 바이러스가 퍼져 도시가 괴멸되는 모습을 잘 표현한 '28일 후'라는 영화는 그 무서운 모습을 몸서리치게 잘 표현했다.(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보고 지린 1인...)


 그렇다면 사람이 분노하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어릴 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정교육 때문일까? 아니면 애초에 글러먹은 인성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화를 냄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성취했던(실제로는 주변 사람들이 포기해 버렸던) 초라하고 못난 자아 때문일까? 요즘이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분노에 사로잡혀 은팔찌를 찬 분들이 애용하는 이유 중에는 부조리한 사회적 현실, 뭐 이런 것도 있다.


 그 이유가 뭐가 됐든 분노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화를 내다가 망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지는 뉴스만 봐도 -욱해서 살인을 저지르고, 보복운전을 하고, 나라에서 지정한 주요 건물에 불을 지르고...- 알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화를 내는 주체자, 그러니까 거짓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어 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분들이 주로 누구인가? 남성인가 여성인가? (이딴 걸로 남성, 여성 편을 가를 건 없지만;;;) 안타깝게도 뉴스의 기사를 장식하는 지질한 인물들 중 남성이 많은 걸로 봐서는 남성이 화를 잘 낸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추측이며, 실제로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는 여성을 목도한 경험을 가진 필자로서는 꼭 남성이 주로 화를 낸다고 단정 짓는 것도 군자의 도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 사람은 어떤 일을 만났을 때 분노할까?

 방금 탁송되어 온 고급 승용차를 누군가 처참히 긁어버렸을 때

 퇴근 후에도 자꾸만 업무를 지시하는 직장 상사에게 다섯 번째 전화가 걸려왔을 때

 검사 결과, 7년 간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이 내 아이가 아님과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됐을 때

 믿었던 고향 친구의 사기와 계략으로 인해 내 이름으로 된 회사가 부도 위기를 겪게 됐을 때


 이런 상황에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라도 미쳐버리고 돌아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그 상황에 분노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쌍욕과 허공을 향한 어퍼컷에 기분이 조금 나아질지는 몰라도 문제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기분도 나이지기는커녕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 결국 분노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이제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사람은 어떤 일을 만났을 때 분노해야 할까?

 보호받아 마땅한 약자가 어떤 대상으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자유를 구속당하는 걸 목격했을 때

 거짓을 진실이라고, 진실을 거짓이라고 말하는 세력이나 단체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것들을 가지고 사기와 장난질을 해다는 기업들의 행태를 알게 되었을 때

 피해자들을 온갖 방법으로 조롱하고 기망한, 피해액만 수천 억에 이르게 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발견했을 때

 무기력과 나태함에 빠져 조금도 발전하지 못하는 상태로 시간을 낭비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이럴 때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평생 화를 내본 일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저런 사기꾼들의 행태를 목도한다면 우선은 분노하는 게 정상이다. 어쩌면 이런 분노를 '정의로운 분노'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에서 정의로운 분노를 찾아보기가 어려울까?

 짐작하겠지만, 떳떳하지 못한 분노나 정의로운 분노나 모두 그 대가가 가볍지 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질한 분노 : 금융치료로 대부분 교정이 되며, 심각한 분노조절장애의 경우 정신적 치료를 받아야 함.

 정의로운 분노 : 개인의 시간, 물질, 명예에 큰 손해가 올 수 있음.


 슬슬 지겨워지므로 서둘러 결론을 내려보자면, 분노는 그리 좋은 것이 못 된다. 물론 '정의로운 분노'라는 좀 더 밝은 면을 지닌 분노도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의 인심이 각박해지면서 정의로운 분노는 무협소설 속 등장하는, 내공을 증진시키는 만년설삼만큼이나 희귀한 것이 되어버렸다.


 필자는 오늘도 자신을 돌아보며 별 것도 아닌 일에 분노하지는 않았는지, 정말로 분노해야 하는 일에 눈감고 분노하지 못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리고 분노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고 이해하기에, 분노할 바에는 차라리 정의로운 분노를 위해 떳떳하게 살아가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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