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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아빠 Mar 04. 2023

하나님이 빚으신 흙수저

서문


 술과 담배, 세상 유혹에 빠져 삶의 이유도 꿈도 잃은 채 방황하던 청년이 있었다. 무덥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에 접어든 어느 날, 하나님께서 찾아오셔서 이 청년을 만나주셨다. 대학교 강의실, 맨 뒷자리.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청년이 하나님께 물었다.

 “하나님, 저를 이곳에 보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질문 즉시, 분명하고도 확실한 음성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내가 너를 그곳에 보낸 이유는…….”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했으나 이제는 대중들에게도 널리 쓰이고 있는 단어 중 ‘흙수저’라는 단어가 있다. 많은 이들이 아는 것처럼 흙수저는 저소득층을 뜻하며, 가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인터넷 웹사이트 ‘나무위키’에는 수저계급론이 명시되어 있는데, 수저계급론에 따르면 최고위층 수저는 다이아몬드이고, 그 아래로 순서대로 금, 은, 동, 놋, 플라스틱, 흙이 자리하고 있다.

 다이아몬드와 금의 경우 가공하지 않은 원석 자체로도 큰 가치가 있는데, 흙의 경우엔 누군가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하지 않는 한 거의 가치가 없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부자인 사람을 다이아몬드수저, 금수저라고 부르는 것인가 보다.

 그렇다면 흙은 무조건 나쁘고 가치가 없는 것일까? 솔직히 그렇게 보인다. 다이아몬드는 차치하더라도 금과 비교해 봐도 그 가치가 많이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은 무조건 금수저들을 부러워하며, 흙수저인 자신이 부러지고 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과 염려 가운데 살아야 하는 것일까? 결론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 흙수저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이사야서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러나 여호와여, 이제 주는 우리 아버지시니이다 우리는 진흙이요 주는 토기장이시니 우리는 다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이니이다. 이사야. 64장 8절.      


 하나님께서는 인류 최초의 사람 아담을 흙으로 만드셨다. 그리고 생기를 불어넣어 온전한 사람이 되게 하셨다. 이사야 선지자는 아담의 후손인 우리 모두가 주의 손으로 지어졌다고 고백하고 있다. 성경적으로 접근한다면, 사람의 인생을 흙수저로 표현한 것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는 흙으로 사람을 만드실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로 보건대 진흙이 어떤 능력을 가진 자의 손에 있냐에 따라 그 결과물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유년 시절 연탄을 때는 집에 살았다. 봄이 되면 진흙으로 작은 팽이를 만든 뒤 연탄이 활활 타고 있는 연탄통의 뚜껑을 열고 입구 가장자리에 흙 팽이를 넣어 놓곤 했다. 다음날 연탄통의 뚜껑을 열어보면 내가 만든 팽이는 여러 곳에 금이 간 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팽이로 쓰려고 해도 도무지 쓸 수가 없어 결국엔 버려지곤 했다.

 만약 고려시대의 도공이 진흙으로 팽이를 만든다면 어떨까? 왕실에 진상할 팽이어야 한다면 여러 번의 수비(水飛) 작업을 거쳐 진흙에서 불순물을 걸러낸 후 팽이를 만들 것이다. 팽이의 겉면에는 아름다운 학과 구름이 그려질 것이고, 유약이 발라져 가마에 들어갈 것이다. 결과물은 당연히 최상품 팽이이다. 하지만 사람의 능력은 거기까지가 한계이다. 팽이가 아름답긴 하겠지만 그 팽이를 감상하며 팽이의 아름다움을 감탄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쓸모가 없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진흙으로 팽이를 만드신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아마 스스로 돌아가는 팽이, 어쩌면 그보다 더한 팽이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누가복음 19:40). 하나님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으시다. 하나님이 하시려고만 하면 팽이가 말도 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춤을 출 것이다.

 결국 우리가 흙수저이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빚으셨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다이아몬드수저, 금수저 못지않게 귀한 대접을 받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만물 중 우리 인간보다 귀한 것은 없다. 하나님 손에 붙들려 쓰임 받는 흙수저에게 다이아몬드나 금 따위는 감히 비교할 것이 못 된다.     

 『하나님이 빚으신 흙수저』는 나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하나님은 나를 아름답고 완벽하게 지으셨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빚어 세상에 내어놓으신 이유를 몰라 방황하고 좌절했던 때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창조자이심을 인정하고 믿기 시작했을 때 나의 인생은 변화되기 시작했다. 비록 여전히 상처가 많고 흔들리는, 연약한 팽이이지만 어떻게 살아야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날 청년은 하나님께 무슨 말을 들었을까? 독자들을 애태우고 싶지 않지만, 이것도 하나님이 주신 재주라서 어쩔 수가 없다. 책장을 넘겨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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