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Vegan) 요리? 육류, 유제품, 알류, 어패류 등 각종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요리
간짜장 재료를 손질하다가 새삼 놀랐다. 양배추는 잘게 썰면 사방팔방 튀고 양파는 썰다가 눈이 시려서 뜰 수 없었다. 전국의 중화요릿집 주방장님들은 재료 손질과 눈관리를 어떻게 하시는지. 사 먹는 게 낫겠다 싶지만 우리 집에 비건 간짜장을 배달해 주는 곳은 없다. 라떼는 비건 간짜장 하는 데도 없었어 하며 웃는 날이 올까? 애들은 에이 할머니 설마요 장난치지 마세요 하고. 장난 아닌데.
파, 양배추, 양파를 잘게 썬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궈지면 파를 넣어 볶는다. 파가 노릇해지면 양배추와 양파를 넣어 숨이 죽을 때까지 볶는다. 채소의 수분기가 거의 다 날아갔을 때 팬 가장자리에 간장과 초생강, 당류를 넣고 팬을 기울여 강불에 태운다. 춘장과 약간의 채수도 넣고 볶는다. 마지막엔 불맛을 내려고 토치로 지졌다. 데친 우동면에 소스를 부어 먹는다. 익숙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기름과 당류가 많이 들어간다. 비건다시다를 넣는다면 시중에 파는 맛과 좀 더 가까워질지도 모르겠다.
표고버섯을 새끼손가락 반 마디 크기로 썬다. 마늘과 청양고추를 잘게 자른다. 준비한 재료들을 팬에 기름 없이 볶으며 물기를 날린다. 물기가 없어지면 간장, 생강청을 넣고 조린다. 한 김 식혀 그릇에 옮겨 담고 생고추냉이를 버무린다. 손바닥에 밥을 꾹꾹 눌러 오목하게 펴고 그 위에 표고고추냉이를 얹는다. 밥을 더 얹어 동그란 주먹밥을 만들고 참깨를 묻힌다. 고소한데 가끔 눈물이 맺히는 주먹밥.
가지는 뚱뚱하게 썰어 오븐팬에 올리고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려 오븐에 굽는다. 양파와 마늘을 잘게 썰고 팬에 기름을 둘러 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잘게 썬 양송이버섯과 손으로 짓이긴 방울토마토는 나중에 넣었다. 재료들이 적당히 익으면 토마토소스를 넣고 마저 볶는다. 다른 팬에 비건 버터와 현미가루를 볶다가 무가당두유를 넣어 화이트소스를 만든다. 라자냐 면은 소금물에 끓인다. 오븐 용기에 라자냐 면, 토마토소스, 가지, 화이트소스, 비건 치즈 순으로 층층이 쌓아준다. 오븐에 바짝 굽는다.
얼마 전에 신정원 셰프가 하는 '제주밭한끼'에 참여하고 제주 제철 식재료들을 받아왔다. 장바구니가 꽉 찰 정도로 이것저것 많이 받았는데 그중 삼색 당근과 레몬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보았다. 당근은 반으로 썰고 올리브오일에 바짝 구워 따로 놔둔다. 팬에 비건 버터, 편마늘을 넣어 볶고 마늘이 익으면 레몬즙, 연두, 당류를 넣어 소스를 만든다. 소금물에 끓인 파스타면을 팬에 옮겨 담고 소스가 충분히 배이게 한다. 그릇에 옮겨 담고 비건 치즈와 레몬껍질을 갈아 올리고 삼색당근으로 마무리한다.
밥 지을 때 콩나물하고 표고버섯만 넣어서 지으면 된다. 양념장은 양파, 쪽파, 땡초를 잘게 썰고 간장, 매실청, 고춧가루, 참기름에 버무린다. 돌김에 싸 먹으면 맛이 좋다. 비건 요리를 다이어트 요리라고 여긴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이 밥은 폭식의 도화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