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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봉 Jun 13. 2022

지천에 핀 금계국과 개망초

情動

몸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다.

자동차 창밖으로 큰 나무 아래에 금계국이 햇빛을 향해 고개를 쭉 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따뜻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려는 금계국에 애잔한 눈길이 가서 머문다.

샛노란 꽃을 보고 있으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비옥한 땅보다는 약간 척박한 곳에서 잘 자라는 금계국은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성장해 초여름에 꽃을 피운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씨앗이 떨어져 해마다 그곳에 뿌리를 내려 자란다.

고개를 돌려 보니 개망초가 지천에 피어 있었다. 망초는 묵정밭에 우거지는 잡풀이라는 의미이다. 빛깔이 화려하지 않은 개망초는 이른 봄 어린잎을 데친 후 식용하고 꽃은 그늘에 말려 꽃차로 마시기도 한다. 이른 여름부터 한여름까지 줄기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산방 모양으로 꽃송이가 달리고 열매에 갓털이 있어 바람에 날리어간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열악한 땅에서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의 꽃말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게 해 준다.’이다. 꽃말을 알고 개망초를 볼수록 마음을 이끌리게 한다.

금계국과 개망초에 몸을 묻고, 마음을 쏟았다.

화려하게 피지는 않았지만 그윽한 향기를 담아낸다. 연약해 보이지만 끈질긴 생명력이 신기하다.

가뭄에 삼막사 계곡의 물소리는 슬프게 조잘조잘거린다.

금계국의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밀려온다.

스쳐가는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시원한 한 줄기 바람에 감격한 듯 피침형의 꽃잎을 흔드는 생명체의 몸짓에 눈물겹다.

꽃을 피워 향기가 날 때는 벌과 나비가 찾아서 날아오고, 사람들의 눈길과 관심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꽃잎이 시들어 땅에 떨어지면 이내 혼자가 된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다가, 향기를 풍기다가, 소리 없이 시들어가는 우리의 삶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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