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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봉 Jun 12. 2022

오늘도 심장이 꺼진 채

情動

엘리베이터를 타다가, 버스를 기다리다가, 밥을 먹다가, 갑자기 가슴을 한 대 퍽 얻어맞은 것 같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또 쪼여들 듯이 오른쪽 가슴이 아려온다. 오늘도 심장이 꺼진 채 하루를 시작한다. 


박사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바로 너를 보러 가는 길, 수없이 많이 걸었던 길인데 꽃이 피었는지 몰랐다. 예쁜 꽃을 보니까 생각이 난다고 마음을 잘 추스르라고 친구들에게 카톡이 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보니 사방에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꽃잎 한 장 한 장에 너의 재잘거리던 목소리, 웃음소리와 함께 너의 흔적이 가득 담겨 있다. 

바람이 불면 너인가? 

비가 오면 너인가?  

밤하늘의 별을 보면, 달을 보면 너와 함께 했었던 생각이 난다. 


1150번 버스를 타고 처음 가보는 길이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다가 분홍, 다홍, 하양 꽃들이 피어 있는 것을 보다가, 문득 빨리 꽃이 져서 땅으로 떨어지고 세상에서 사라져, 온통 초록색 잎으로만 덮여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가 없는데 꽃이 핀다는 게, 꽃이 피는 세상이 싫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장이 꼬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버스 창가에 머리를 기대어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통을 느끼는 내가 너무도 싫었다. 


 네가 없는 세상은 즐거움과 기쁨이 없다. 

인간은 희로애락을 느끼며 산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것들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너의 그 웃음소리, 방귀소리,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다. 


너는 어디에 있는지 세상이 너무 하다. 


정말 하늘나라가 있을까? 

정말 사후 세계가 있을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아무도 다시 돌아오지 않아서, 그 세계를 우리는 알 수가 없다. 

그런 나라가 있다더라도, 네가 혼자 외롭지 않을까? 누가 너를 챙겨줄까?  

인생이 허무하고, 네가 그리워서, 

미약한 인간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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