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발견
또 바람이 인다.
녹음이 푸르다 못해 검푸레한 빛깔의 파도처럼 물결치는 발버둥 소리도 그득하다.
오뉴월의 산은 밝고 찬란하다.
그래서 그늘도 짙다.
그 그늘로 인해 나는 한기를 느낀다.
불과 두 달 전 만 해도 잘 웃던 내가 이제는 웃지 못하고 울분만 남은 채 시들어간다.
더욱 피로가 겹친다. 마음을 둘 곳이 없다.
벌써 저녁해가 서성인다.
붉고 커다란 태양이 지평선에 걸터앉아 있고 구름이 촘촘히 수놓아 하늘을 온통 다홍빛으로 구름 사이사이로 천천히 물들이고 있다. 그 속에 나는 마침표 반만 한 크기로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지만 의식 속에는 지나온 삶의 추억들이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련한 기억의 한 자락이다. 일부러 기억해 낸 것도 아닌데 옛 추억이 찾아와 조곤조곤 들려준다.
스스로 인간임을 확인하려는 생각은 나의 마음으로 썰물이 되어 밀려온다.
가슴으로 차오르면 지칠 줄 모르는 나의 마음의 소리는 연신 육신과 정신 사이의 고요를 뒤흔든다.
와글거리는 마음의 소리에 물이랑이 일 때마다 눈앞의 금계국과 개망초는 비에 젖은 가로등처럼 흐려지곤 한다. 꽃들도 나의 마음의 소리에 묵묵히 귀를 모으고 있는 듯하다.
나의 마음의 울림은 침묵하는 육신을 일깨우는지 아니면 육신이 나의 마음의 울림에 잠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 소리는 황금 햇살을 받으며 남도의 소리를 토해내듯 사뭇 심사를 뒤흔든다. 잠시 노란 금계국 꽃잎에 앉아 나의 마음은 어떠한가 생각을 한다. 상쾌한 기분을 주는 금계국을 보면서 나는 왜 슬퍼지는지 모르겠다.
내 안의 나도 모르는 힘이 세포를 팽팽히 당겨 뒤숭숭한 마음으로 얼룩지게 만든다.
두 세 달 동안의 마음의 한을 몰아내 수 있을까?
마음속에 뚜렷하게 투영될 수 있을까?
왁자지껄하던 놀이터와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던 정자도 어둠에 잠들고 가로등은 희미하게 졸고 있다.
발끝으로 두려움을 차내며 터덕터덕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슥한 밤하늘의 달을 보았다.
달빛에 나의 마음은 고즈넉하게 젖어든다.
지난 추석 보름달을 향해 소원을 빌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아마 해냈다는 가슴 벅찬 환희를 느낀 적도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