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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봉 Jun 16. 2022

오후 4시 30분

情動

햇살이 좋아서 슬프고, 날이 흐려서 슬프고, 

나는 이 상황을 참아내기가 힘들지만 

하루하루 너와 함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믿으며 버텨내고 있다. 

너를 볼 수 있을까?


 숨을 고르려 애쓰며 답을 찾기 위해 눈동자를 위로 굴려 보았단다. 빌어먹을.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거리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단다. 

아랫입술이 또 떨리기 시작했어. 퍼더버리고 앉아서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맺힌 채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눈을 비볐어.


우리는 서로에게 슬픈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다 말인가? 아랫입술이 떨리기 시작해서,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르려고 애썼다.

 숨을 들이켰다. 

파도는 마치 춤을 추며 나에게 어서 오라 반기고, 의자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네가 그리워서 너를 찾으러 갔는데 어디를 가도 너는 없다. 

맙소사, 맙소사, 미세한 떨림이 나의 몸을 훑고 지나가면서 눈물이 배어 나왔다. 


어떻게 너를 보내야 하는 것인가?

어떻게 너를 기억해야 하는 것인가? 

내가 이렇게 바보였는가?

     

집에서 일을 하다가 오후 4시 30분이면 

베란다 창문을 열고, 네가 뛰어내려 오던 그 길을 보면서 너의 이름을 크게 불러본다. 


밖에서도 4시 30분이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데도 몇 번이고 불러 본다. 


네가 나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며 뛰어올 것 같게 느껴진다. 

내가 네가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두렵다. 


누우면 바로 잠들던 내가, 밤에 잠들었다가 눈을 뜨면 아침이었던 내가, 매 시간마다 눈을 뜨는 하루하루다. 

네가 없지만, 네가 곁에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러다가 내가 미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하며 몽롱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많다. 하루하루 믿어지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나는 현실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가끔은 희미하게 보여. 신기루 같은 이 현실이 아마 꿈이겠지? 악몽이겠지? 내가 꿈에서 깨면 되는 거지? 이 긴 악몽에서 곧 깨어나겠지?


매일매일이 심장이 부서지는 기분이 든다.  감정은 극한으로 달려 나가다가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다.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속이 답답하고 토할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과 안타까움은 더 커지고 그런 감정에 젖어들 때는 어김없이 가슴이 꽉 막힌 것 같다. 음식이 소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이 든다. 이 몸뚱이는 너를 잃고 기본적인 기능도 하지 못하는 이 몹쓸 몸이 되었다. 


서글프고, 억울하고, 분하고, 화나고,  

슬프고, 서럽고, 괴롭고, 

짜증 나고, 답답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공허하고, 아쉽고, 안타깝다.


네가  팔을 버둥거리던 것이 생각이 났다. 갑자기 바람이 쌩 하고 불었다. 

긴장했던 어깨에 힘이 풀렸다. 바람에서 나무 냄새가 풍겨왔고. 

고개를 들고 강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관자놀이를 문지르면서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 한숨이 나왔다. 


나는 차에 타자마자 의자에 몸을 묻었다. 양손을 비볐는데 마치 사포 같았다.

 정신없이 달렸다.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 에폭시 공사의 유독가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기분 나쁜 냄새가 나의 몸을 훑고 지나는 느낌이 들면서 나의 마음까지 할퀴었다. 

또 아랫입술이 떨렸다.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지는데, 꾹 참으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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