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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봉 Jun 14. 2022

내 마음의 투쟁

情動

본연의 나의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색의 닻을 내려, 허전함을 메꾸기 위해, 

열심히 논문에 매진하지만 가슴은 텅 비고 만다. 무모하고 혹독한 세월이 나를 기다린다. 

나는 없고 타인들만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라는 주체는 너무나 미약하여 젖은 낙엽과 같다. 

나의 마음에는 지나간 시간들이 닥작닥작 들러붙은 실오라기들이 나불나불 일어나 나를 더 외로움에 떨리면서 쓸쓸하게 만든다. 흐르는 시간은 몸의 변화를 가져오고 나의 마음을 흔든다. 

콜라를 마셔도 해소되지 않은 답답함과 진한 갈증이 있다. 


험준한 삶의 능선에서 힘들고 아파하면서도 소리 없이 고통을 호소하는 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해 나의 서글픈 외침이 환청으로 들린다. 더 이상의 거리낌도 거칠 것도 없이 무의미해진 삶인데, 그것의 속박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것은 욕망일지도 모른다. 어떤 응어리진 것들이 가슴속에서 퍼 올려 나의 애환을 담아 어디론가 날려 보내다 보면 철썩이며 부서지는 파도와 같은 한이 담긴 슬픔이 느껴진다. 


누가 나의 슬픔을 읽어내고 말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상념 속으로 빠져든다. 

나의 마음의 소리는 홀로 허공을 떠돌다가 바람에 사각거린다. 

가냘픈 소리이지만 내 마음이 흐느끼는 외로운 소리가 가만가만 들린다.

달빛 아래로 불어오는 바람에 나의 마음을 맡겨본다. 속살이 비치도록 얇아진 마음의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 달빛은 유령처럼 내려앉는다. 마음의 투쟁에 몸부림치는 날이면 나를 마중 나가게 만든다.


조용히 머무는 무거운 침묵에 음울한 기운과 불안감을 느낀다. 

달빛이 쏟아지는 고요한 밤은 더욱 을씨년스럽게 깊어간다. 

달빛에 어린 금계국과 개망초의 그림자는 산골 외딴집에서 홀로 머무는 듯 더욱 그윽하게 마음으로 젖어든다. 베란다 창밖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흐느적거리던 수많은 밤 들이 되살아나서 내 안으로 들어선다. 

베란다 방충망에 매미 한 마리가 붙어 시끄럽게 소리 높여 여름을 노래했던 지난여름의 풍경들이 다시금 되살아나 내 눈앞에 다가서고 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광선처럼 번쩍이며 추억 끝에 스미다가 흐려진 눈가에 아른거리다가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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