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動
창문에 드는 봄볕에 어젯밤 울다 자서 부은 눈이 절반쯤 떠진다.
커튼을 걷으면 환한 햇살과 봄바람이 쏟아져 들어온다.
봄은 맑고 시끄럽다.
진달래와 벚꽃, 길가의 잡초들이 어둠을 딛고 파릇파릇 촉촉한 땅에서 돋아나 생동감을 준다.
담벼락까지도 신선한 생명으로 뭐라 쉴 새 없이 말을 하는 것 같이 꿈틀댄다.
새로운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만드는 봄 밭이다.
이렇듯 봄은 마음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심장에 봄이 잘강잘강 맑은 소리를 내며 깡충거려 마음을 들뜨게 한다.
지천에 꽃잔치다. 꽃을 보는 마음은 즐겁고 기쁘다. 한 포기 싱그러운 풀잎도 신비스럽다.
봄바람에 누가 부르는 것도 아닌데 정원으로 나가고 싶어 진다.
우리 동네 도림천의 물소리에도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다.
막 껍질을 깨고 나온 아기 청둥오리의 울음소리가 도림천에서 번져 나오면 온 동네는 푸르스름한 도림천의 색깔을 닮아간다.
삼성산의 아지랑이도 뽀얀 장막을 걷고 새롭게 준비한 연초록빛 봄옷으로 한창 부산스럽다.
따스한 봄볕에 푸른 시냇물도 즐겁게 노래하고 맑은 바람에 나비와 벌도 살랑살랑 꿈틀거리는 생명의 생동감에 나부끼는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봄 공기를 나긋나긋 씹으며 지난 시간을 더듬어 본다.
봄볕으로 눈이 부셔하는 너를 나의 손바닥을 쭉 펴서 이마를 가려 주었다.
너의 장난기가 가득한 행동과 말들은 꽃향기처럼 바람을 타고 나의 귓가를 맴돌았다.
"엄마, 내 엉덩이에 손을 대봐요."
내가 손을 엉덩이에 가져다 대면 너는 참았던 방귀를 '뽕뽕뽕' 뀌었다. 내 손에 방귀의 울림이 그대로 느껴졌었다. 내가 너의 방귀 소리를 좋아한다고 놀다가도 내 옆에 뛰어와서 방귀를 끼고 갔었다. 이런 너는 참, 귀여웠다. 내가 윗몸일으키기를 열 개를 할 수 있도록 너는 힘껏 응원해 주었고, 아파트 정자에 나가서 함께 공부할 때 내 인쇄물이 바람에 날아가서 줍느라 너도 고생을 많이 했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너와 나는 우리 정한 1곡의 팝송을 3번씩 듣고 잤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 우리는 함께 유튜브 촬영도 하였다. 지하주차장에 괴물이 나올 것 같지만 넌 나를 지켜주기로 했고, 나는 너를 지켜주기로 우리는 약속을 했었다. 이 모든 것들이 가슴이 환히 트이도록 즐겁고 행복했었다. 모든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친다. 온몸의 피가 심장으로 모인다. 한숨을 토한다. 손을 쥐었다가 펴니까 너는 마법처럼 없어져 버렸다.
이제는 한 폭의 사라진 풍경이다.
희망의 계절 봄에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