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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용 Mar 18. 2024

듄: 파트2, 압도적인 힘.. 그런데 왜 재미가 없지

모순된 감정을 풀어보니 답은 하나! 너무 순탄한 서사 

'듄: 파트2'를 보고 왔습니다. 전작인 파트1부터 주연배우인 티모시 샬라메에게 특히 관심이 집중된 분위기였지만, 저는 최근 몇 년간 할리우드에서 가장 눈여겨본 감독의 작품이라 더 기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소감부터 밝히자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와! 이런 영상에 이런 음악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어요. 제게 드니 빌뇌브 감독은 '관객의 멱살을 휘어잡고 무겁게 짓누르는' 연출자입니다. 이런 특징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던 작품으로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와 '컨택트(2017)' 정도가 떠오르네요. 물론 장편영화 데뷔작인 '그을린 사랑(2011)'도 보는 이로 하여금 묵직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조금 더 편하게 얘기하자면 듄: 파트2는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스펙터클의 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웅장해도 너무 웅장하잖아?'라는 생각이 멈추질 않았어요. 드니 빌뇌브가 아니라면 현재 할리우드에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이 몇이나 될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미안하게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 이 모순된 감정이 풀리지 않아서 곰곰이 원인을 분석했어요. 원인은 아무래도 '이야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엄청난' 영화였지만 서사가 따라가지 못했다고 할까요? 말하고 있는 저도 살짝 혼란스럽습니다. 

영화 듄: 파트2의 한 장면.

애초에 원작 소설을 '무리하게' 압축했다는 비판을 안고 시작했던 작품입니다. 저야 그 비판에 100% 동의하지 않지만, 완전히 틀린 얘기도 아닙니다. 원작이 워낙 방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 영화 2~3편에 눌러 담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드니 빌뇌브가 누굽니까. 적어도 제게는 믿고 보는 감독입니다. 개인적 호감이 영향을 미쳐서인지 전작인 파트1은 꽤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적어도 파트2처럼 뒷맛이 찝찝한 작품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파트2는 정말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서사가 단순하니 오히려 스펙터클한 영상과 음악이 '독'이 된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어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먼저 해명하자면 정말 잘 만든 영화입니다. 수작이에요. 다만, 저는 재미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유는 '기대되지 않는, 긴장되지 않는' 이야기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고요. 


세계관을 설명하고 복수의 서막까지 이야기가 진행된 파트1은 그나마 나았습니다. 파트2는 사실상 복수를 위한 여정이 이야기의 핵심인데요. 저는 단 한 번도 주인공인 '폴(티모시 샬라메)'이 위기에 처했다고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적인 '메시아'로서 자격부여가 강하게 된 탓인지 복수의 성공 여부도 궁금하지 않았고요. 그러다 보니 압도적인 영상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에만 온통 신경이 쏠렸습니다. 때문에 제가 아무리 영화의 본질이 '보여짐'에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듄: 파트2는 서사의 힘이 거의 '제로(0)'에 가깝다고 느꼈던지라 재밌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듄: 파트2의 한 장면.

굳이 또 다른 이유를 찾아보자면, 개인적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에게 기대하는 부분과 일치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항상 드니 빌뇌브가 풀어놓는 '이야기'에 매료됐거든요. 거기에 엄청난 '힘'이 느껴지는 영상과 음악까지 더해지니 항상 기대 이상이었던 거죠. 


그런데 듄: 파트2는 이런 요소들이 조화롭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게는 '영화 속 이야기'가 '스펙터클 한 영상'만큼 와닿지 않았던 거죠. 참고로 전 원작 소설을 보지 않았습니다. 소설을 먼저 접한 분들은 저와 다른 시각일 수 있습니다. 


아마 듄: 파트2가 취한 자세가 확실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애초에 '트랜스포머'처럼 볼거리에 온 힘을 쏟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야기에 힘을 싣자니 원작이 너무 방대해요. 말하다 보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2009)'가 얼마나 대단한 영화인지 더 와닿습니다. 


게다가 제 눈에는 원작도 세계관이 복잡한 것이지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복잡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제 짐작엔 드니 빌뇌브 감독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 타협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세계관을 압축해야 하는 파트1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복수의 여정을 담은 파트2보다 묵직하게 느껴졌던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고요.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습니다. 저는 감독과 동시대에 사는 게 고맙게 느껴질 정도로 스펙터클한 영상에 감탄했거든요. 하지만 이런 평가는 단순히 '보여지는' 면에 한해서입니다. 영화가 재밌었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무조건 추천하기가 애매합니다. 


한 줄 소감 : 매우 뛰어난 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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