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난 유학 생활과 현재 영국 생활에 대해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왜 유학을 결심했었고 어떤 준비를 했었으며 어떻게 유학 생활을 했고 그러다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인터뷰를 하다 문득 지나온 시간들이 몹시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거쳐온 실존했던 과거임에도, 제가 몸소 겪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과거임에도 이상하게 낯설었습니다.
내가 진짜 제주도 한림에서 군복무를 했었나.
호주에서 어찌어찌 굴러가는 캠핑용 봉고차를 끌고 로드트립을 했었다니.
맞다, Unilever에서 인턴으로 출근도 했었지.
새삼 제가 이런 과거를 거쳐왔다는 게 얼떨떨하고 또 과거의 제가 몹시 생경하게 느껴졌습니다. 뭔가 그때의 저는 지금의 저와는 꼭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전혀 다른 누군가의 기억을 또렷하게 가지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억은 또 쉽게 왜곡되는 듯합니다. 실컷 예전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다 뭔가 쎄한 기분이 들어 나중에 혼자 옛날 일기장을 들춰보면 반은 맞고 반을 엉터리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조심해야지 조심해야지 의식적으로 노력해보려 해도 제 주둥이는 뭐 그리도 방정맞은 지, 뇌에 고민이라는 필터를 거칠 세도 없이 툭 툭 튀어나오기 일쑤입니다. 일기장이던 브런치던 자꾸 글을 쓰는 게 이런 기억의 오류 때문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해서. 미래의 내가 거짓부렁으로 가득한 과거를 진짜라고 믿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 가능한 한 살아온 흔적을 진실에 가깝게 남기고 또 기억해 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