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현 Oct 05. 2023

2년간 150권을 읽으며 느낀 것

31년간 자의로 읽은 책이 5권 정도고 근 2년간 읽은 책이 150권에 달한다. 이 정도면 충분히 31년과 2년을 비교할 수 있다. 31년간 쌓은 경험이 무시될만한 성질은 아니지만 평일 3시간씩 읽은 후로 그 시기가 분명 아깝긴 하다. 나는 왜 이것을 반육십의 세월이 지나서야 깨달았을까.


경험은 육체를 강하게 한다. 물론 경험이 지적 능력을 발달시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분명 경험은 행동과 연관되어 내 육체 능력을 발달시켰다. 확실히 우리는 대부분의 일상 속에서 익숙하고도 숙련된 행동 스킬을 얻어갈 뿐이지 지식 능력을 확장시키진 못한다. 31년 경험으로 얻은 지식보다 근 2년간 쌓은 지식의 양이 월등이 많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문제는 지식의 양뿐이 아니다. 머리에 저장된 지식은 손쉽게 대체되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는 모르는 것을 얼마든지 바로 알 수 있는 기술이 마련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읽기는 더욱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 행위는 그 근본이 지식을 얻는 행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 읽는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이유는 복잡한 사고를 빠르게 해내고 올바른 결정을 하는 데 있다.


가끔 큰 프로젝트나 꽤나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을 때 뇌가 느끼는 부담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나는 피디로서 이런 고민에 빠진 적이 많다. 예를 들어, “3억을 줄 테니 연애 예능 하나 만들어봐!”라는 단순한 명제는 순식간에 수많은 ‘과제’를 낳는다. 어디서 촬영할까? 누구를 섭외할까? 페이는 얼마를 제시하지? 스태프는 어떻게 구성할까? 재밌는 스토리가 무엇일까? 등 실행을 위해 아주 많은 단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복잡도는 나 자신을 어떤 불쾌한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 뇌는 나에게 ‘못한다고 해’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책 읽기를 통해 뇌를 훈련한다면 분명히 이런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러한 복잡도 높은 과제에는 대부분 엄청난 보상이 주어진다. 단순한 경제학 논리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아서다. 경제적인 보상뿐이 아니다. 복잡하고 깊은 생각에는 필히 다수의 고통을 줄이는 해결책이 존재한다. 살다 보면 나의 선택이 누군가의 고통을 초래할 때가 있다. 생명체가 가진 필연적인 운명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희생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때문에 내 선택은 반드시 다른 것의 고통을 불러온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복잡하고 심도 깊은 생각으로 그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나는 반드시 선택한다. 어떤 선택이든 분명히 결과가 따른다. 나의 작은 행동과 말이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그것은 필연이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그것을 줄일 수 있다.


내가 31년을 후회하는 이유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며 살았을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평생에 걸쳐 훈련해야 한다. 내게 책 읽기는 소중한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한 훈련 과정이다. 그리고 이 백신을 널리 알리고 싶다. 삶에 행복이 가득할 수 있는 방법을. 내 평생에 걸쳐서 말이다. 아마도 죽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잘 읽기 위해 읽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