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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Mar 12. 2024

비트코인은 왜 잊을만하면 가격이 오를까?

비트코인은 기록 변경 불가능한 장부다.

[인간은 장부를 위해 문자를 창조했다]


농업혁명 이후 인류에게 새롭게 싹튼 감정이 하나 있다. 바로 소유욕이다. 한 자리에 머물다 보니 소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농사를 지으면서 땅에 대한 소유욕이 커졌는데, 문제는 이 소유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힘이 센 놈이 땅을 관리해 주는 것이다. 힘센 놈이 '이건 얘꺼’라고 말하면 분쟁이 사라지곤 했다. 이것은 가장 동물적인 수준이다. 특히 힘센 놈의 기억력이 문제였다. 그래서 똑똑한 놈이 기억을 대신해주곤 했다. 하지만 똑똑한 놈은 훨씬 더 획기적인 방법을 생각했다. 그게 바로 기록이고 문자다. 문자는 소유를 증명해 주기 위해 태어났다.


[인간의 장부는 항상 변경 가능했다]


흔히 엘리트라 하는 계층이 이 장부를 관리했다. 지금도 정부가 부동산 소유를 관리하는 것처럼. 하지만 문제는 엘리트가 이 장부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일강이 범람하고 땅의 구분이 어지러워졌을 때, 철수와 영희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엘리트를 찾아간다. 하지만 엘리트는 철수의 삼촌이다. 이 엘리트가 영희 편을 들어줄까? 안타깝게도 인류사에서 그런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비트코인은 변경 불가능한 장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많이 증명된 이론이다. 때문에 우리 같은 평민이 그것을 다시 검토하진 않는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기록이 변경 불가능한 장부라는 게 명확하게 드러났다. 때문에 미국이 ETF를 승인한 것이기도 하다.


[금과 비트코인의 연관성]


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 하는 걸까? 금은 인간의 소유를 명확하게 증명하는 장부다. 금은 어떤 경우에도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원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원자는 우주에서 사라지지 않는 물질이다. 그래서 인간이 열심히 일한 대가를 금에 저장하면 그것은 내가 노동했다는 것을 보장하는 담보물이 된다. 금은 지워지지 않는 소유 증거 기록인 것이다. 금 자체가 소유를 증명하는 장부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금의 약점은 명확하다. 빼앗기기 쉽다는 것, 이동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금의 속성 때문에, 금 보관 사업자가 생겨났다. 이 사업자는 금을 보관해 주고 영수증을 발급해 준다. 금을 맡겨둔 사람들은 재밌게도, 서로 영수증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금을 찾으러 가기 귀찮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영수증만 있으면 언제든 금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 영수증이 바로 지폐다. 문제는 금 보관 사업자가 금을 가지고 튀면 영수증은 언제든 휴지조각이 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다. 철수가 비트코인을 갖고 있으면, 그것은 영원히 철수의 것이다. 금은 내가 가지고 있을 때만 내 것이다. 빼앗기는 순간 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기록은 변경 불가능하다. 소유에 대한 기록이 변경 불가능한 것, 이것이 인류가 문자를 창조해 낸 순간부터 간절히 바라던 최고의 장부인 셈이다.


[인류사적인 발명품]


이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은 인류사적인 발명품이다. 나는 가히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과 맞먹는다고 본다. 인류 역사 속에 이토록 개인의 소유를 지켜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핵심은 사람의 개입이 없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의 폭등 속에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사, 인문학 등의 흐름 속에서 이 현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쉽게 흔들리며 결국 손해를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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