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운수와 김도기 역할이 블록체인 속에서 발견되길
“모범택시” 시즌2가 인기 속에 종영되었다. 힘없는 서민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비록 드라마 속이긴 하지만 대신 해결하고 시원하게 복수해주니 보는 재미가 더할 나위없었다. 인기에 힘입어 모범택시 시즌3까지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가 한참이던 2021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끈 “빈센조”도 맥을 같이하는 드라마였다. “모범택시”, “빈센조” 둘 모두 주제가 자력구제였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법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 또는 의뢰한 대행자가 해결하는 것이 자력구제이다. 엄연히 불법이다. “모범택시” 속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는 법과 공권력에 호소하는 장면이 꼭 나온다. 그런데 피해자가 발생한 범죄는 늘 이를 조사해 단죄해야 하는 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진다. 드라마에서는 나쁜 공권력과 선한 공권력을 등장시켜 어느 정도 “윤리적 세탁”을 하지만 그렇다고 불법이라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드라마이니 한바탕 시원한 복수극을 보는 재미를 즐기면 된다. 그럼 현실 세계는 어떤가. 모범택시를 보고 돌아서 마주한 세계가 만약 드라마와 닮아 있다면, 드라마 처럼 전화해 억울함을 호소할 곳 없는 사람들은 어떻하라는 것인가.
돈을 가진 사람들은 법에 호소하기 훨씬 쉽다. 최근에는 큰 사건 뿐만 아니라 사소한 분쟁까지도 대형 로펌이 맡고 있다고 한다. 돈있는 사람들은 억울한 일 당할 가능성도 적겠지만 설사 당했다 하더라도 자신을 대행해 주는 변호사를 채용해 해결한다. 합법적으로 대행자를 채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때론 범죄 같은 일, 심지어 범죄를 저지러고도 대행자인 변호사를 채용해 자신을 자력구제하는 것을 흔히 발견한다. 즉, 합법적인 자력구제가 가능하려면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사회를 비판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런 말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뼈저리게 목격했다. 다만 드라마 속 자력구제와 돈있는 자의 합법적 자력구제가 가능한 사회를 보면서 정말 이것 좀 바꿀 수는 없을까 생각한다. 하도 답답하니 그런 상상을 해 본다. 아무리 국회에서 법을 바꿔도 법을 비웃는 자와 돈으로 법을 빠져 나가는 사람, 법으로 끝내 지켜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하다면 사회가 고민하면서 뭐라도 해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는 법과 공권력을 무시하고 해결하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 법과 공권력이 보다 확고해 지는 길을 오히려 찾아야 한다는 바램이다. 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공권력이 보다 더 정의롭게 작동하는 시스템이 하나쯤 더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비판은 누가 못해” 하면 할 말 없지만, “그래 그런 길 고민해 보자”라고 모든 사람들이 마음 먹는다면 누가 알겠는가, 그런 길이 생길지. 그리고, 법과 공권력을 더 정의롭게 만들고 작동하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려 사회가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만 들어도 “기다림은 희망”이기에 대중은 삶을 견뎌 낼 수 있다.
디지털 시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블록체인은 모든 사건의 기억을 기록할 수 있다.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대행자를 고용하더라도 디지털 연결망을 절대 빠져나갈 수 없고 무엇보다 범죄 사건 자체가 일어날 수 없게 하는 구조가 생겼으면 좋겠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세세함은 다시 만들어져야 하겠지만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꼭 믿고 싶다. “사람을 못 믿고 기껏 한다는 얘기가 디지털이냐?”라고 비웃는 사람에게 “우린 지금 사람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짐승만도 못한 범죄자와 힘없는 피해자를 얘기하는 겁니다”. 이런 상상이 가능한 절묘한 코드의 가닥이라도 “모범택시3”에 기대한다면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