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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Feb 25. 2024

줄서는 인류로의 진화

줄 따위는 안 선다는 당신의 착각

줄 따위는 안 선다는 당신의 착각, 아니다! 못 서는 것이었다

아무리 소문난 맛집이라도 긴 줄을 기다려 먹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제 나도 줄 서서 먹는 축에 들어 갔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그런 사람들을 단지 이해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줄 서서 먹는 인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줄 서서 먹는 사람이 될 수 없었던 것이었다.


80년대, 90년대 소문난 맛집이 있어 사람들이 줄 서서 식사하고 맛집 아이템을 산다면 그것은 맛있는 것을 사서 먹기 위해 줄을 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심어지 몇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단순히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줄 서는 것이 아니라 줄을 설 수 있는 멋진 아이템을 찾아간 것이다. 줄 서는 행위, 먹고 맛을 음미하는 시간 그리고 그 결과를 동료와 함께 나누는 경험까지가 하나의 패키지라는 것이다.


줄 서고 먹는 것이 하나의 패키지


만약 두개의 식당이 있어 맛과 가격, 분위기가 거의 같다고 하자. 그런데 한 식당은 1시간 정도 줄을 서야 겨우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식당은 바로 들어가 식사할 수 있다. 두 식당의 맛이 거의 같다는 것을 SNS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줄 서 있는 사람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젊은 세대는, “저의 짐작으로는”, 줄 서는 식당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줄 서는 “시간”도 식사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줄 서지 않고 어떻게 밥을 먹을 수 있지?” 하고 마치 말하는듯 하다. “줄 서지 않고 밥 빨리 먹고 난 후에 당신은 뭘 그리 대단하게 중요한 일을 하시려구요?”라고 줄 서지 않는 인류에게 되묻는 신인류를 발견하게 된다.


줄 서는 신 인류의 탄생, 마치 텔레파시 인류를 보는 듯 하다


신인류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 여기에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곳에서 줄을 서야 한다는 일종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 길거리에서는 웅성거리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을 때 지나던 행인들이 그곳에 모여 들었다면 지금 세대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현상만으로 보자면, 마치 텔레파시가 통해 무리 짓는 것 같아 보인다. 우연히 지나다 만난 버스킹 공연 주위에 모인 기성세대와 이미 정보를 갖고 그곳에 온 젊은 세대가 그곳에서 함께 하는 식이다. 큰 무리가 하나의 마음으로 모여드는 현상을 관찰하게 된다. 무리의 행동도 일사 분란해 잘 짜여진 조직의 단계를 넘어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 “신 인류”라고 명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리를 보면 하나의 마음을 가진 유기적 생명체 같다. 분명한 신 인류의 탄생이다


줄서는 신인류는 유전자로는 해석하기 힘든 정신적 차원의 변화다. 이 변화가 결국 유전자 변형으로 이어지겠지만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현상이다. 텔레파시 유전자를 네안데르탈인의 혈액으로부터 가지고 있던 현재 인류의 유전자 작동 구조의 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성급한 판단은 별의미가 없다. 그저 현상으로 이해하면 된다. 확실한 것은 내부 진화가 일어나는 특이점에 지금의 인류가 놓여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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