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마음을 헌신짝 처럼 차 버리다
오래전 대학입시에 실패했었다. 몇일을 누워 있었다. 재수하면서 나에게 끊임없이 괜찮다고 위로했다. 나의 따뜻한 위로 덕분에 다음 해 또 실패했다. 목표를 낮춘 대학의 적당한 학과를 택해 입학했다. 그리고 여기서 열심히 하면 된다고 내 자신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위로는 자기 합리화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채 달성한 것이라곤 늘 목표로 한 것 다음 단계 또는 그 다음 아래 단계였을 뿐이다. 나이가 된 덕분에 그게 보였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나 하나뿐이라 그게 인생이라 생각하면 그만이다.
8번을 실패하고 기어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이가 있다. 9번 만에 된 자리가 소중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그 자리에서 8번의 실패를 보상 받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다 그는 이번에는 온 세상을 호령하는 자리에 단 한번의 실패도 없이 올라섰다.
가장 높이 오른 그 곳이 호락호락하지 않자 8번 실패의 분노를 살려 기어이 9번의 실패를 하고 말았다.
실패는 또 다른 기회라고 그는 마음을 다 잡는듯 하다. 8번 실패해서 기어코 해냈던 과거를 떠 올리는듯 하다. 그리고 그는 가지 않아야 할 10번째 실패를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딛고 있다. 든든한 그의 파트너가 옆에 있으니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다.
참 묘하다. “10”이란 숫자의 힘이 자꾸 떠 오르는 것은 나 만의 생각일까? 그가 선택한 10은 11로 가기 위한 발판이 아니라 끝내고 돌아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10 바로 직전 돌아가면 순환이지만 10으로 한 걸음 더 내디디면 그냥 추락이다. 물론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두고보면 알 일이다.
추신: 그날 “촛불들지 못하는 또는 않는” 이란 글을 올렸다. 임기 중간 끌어내린 아픈 경험을 두번 원치않는 대중의 마음을 나름 읽고자 하는 뜻에서 였다. 그리고 그의 발표를 듣고 내렸다. 이제 그는 대중의 마지막 배려를 헌신짝 처럼 차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