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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고양이 만들기

고양이 교육

by 이나라

동물콘텐츠를 즐겨보는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각종 강아지와 고양이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강아지가 하는 명령어를 다 알아듣는 고양이 영상이 나왔다. 어쩐지 우리 카루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육은 어릴수록 하는 게 좋다고 하던데, 카루는 아직 1살도 되지 않아서 내가 잘만 가르치면 카루도 천재 고양이가 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순식간에 학구열이 활활 불타올랐다.


첫 번째 교육, 콜링.

고양이는 강아지와는 다르게 이름을 부르면 집사에게 다가오지 않고 꼬리만 탁탁 치며 무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혹시나 카루가 집을 나간다면? 화장실에 혼자 갇혀버린다면? 하는 걱정들 때문에 콜링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고양이인지라 내가 의도하는 대로 움직여 줄까 조바심이 났지만, 시도는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카루 이름을 부르고 내밀었던 손가락에 코를 댈 때만 간식을 주기! 식탐이 없다면 불가능한 미션이었지만 카루는 간식에 환장하기 때문에 아주 쉽게 성공할 수 있었다. 문제는 간식이 없다면 짧뚱한 꼬리로 바닥을 탁탁 치고 있지만 말이다. 하하.

두 번째 교육, 앉아.

나름대로 콜링 교육이 쉽게 성공해서 다음 단계로 바로 넘어가기로 했다. 간식을 카루의 눈높이보다 조금 더 위에 들면서 단호하게 ‘앉아’라고 말하기. 어라?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바로 성공을 해버렸다. 오, 신카루 똑똑한걸?

세 번째 교육, 손.

하루 만에 ‘콜링 교육’과 ‘앉아’를 성공한 카루라 다음 단계인 손 교육도 쉽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역시나 제 멋대로인 고양이답게 손은 쉽게 주질 않았다. 각종 교육 유튜브를 참고해서 본 주의사항이 있었다. 고양이는 집중력이 짧아서 교육도 하루에 10분이면 종료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음 날부터 하루에 10분씩 카루의 손 주기 맹연습이 시작되었다.


손 교육을 하는 동안 나는 평소에 카루에게 간식을 일절 주질 않았다. 간식을 꺼내기만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애절한 목소리로 야옹야옹 외쳤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한쪽 주먹에 간식을 쥐고 카루가 나의 손을 앞발로 칠 때만 간식을 줬다.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쉬지 않고 연습했다. 어느새 카루는 내가 간식을 쥐고 있기만 해도 야옹 한번 울고 나서는 나에게 다가와서 자동으로 앉아, ‘손’을 하기 시작했다. 나랑 사는 고양이가 천재 고양이라니.

네 번째 교육, 하이파이브.

손! 까지 성공한 카루를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우리 아이 서울대 보내야 해요.’ 유행이 지난 드라마 대사가 떠올랐다. 우리 카루 아무래도 서울대를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손보다 어렵다는 하이파이브를 시도했다. “카루! 앉아, 손.” 몇 번 해봤다고 쉬운지 카루는 아무런 문제 없이 내 명령어대로 행동해 줬다. 이제 카루의 손을 내 검지로 치고 나서는 “하이파이브!”라고 말하며 내 손을 위쪽으로 쫙 폈다. 미쳤다. 한번 만에 성공했다. 실화인가? 다시 시도했지만 카루는 껌이라고 생각하는지 거리낌 없이 다시 하이파이브를 해줬다.


신기했다. 고양이가 이렇게나 많은 명령어를 알아듣고 행동하는 것은 유튜브에서만 봤던 그림이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카루는 한 달 만에 앉아, 손, 하이파이브를 왼손 오른손을 구분하여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섯 번째 교육, 돌아.

하이파이브까지 했으니까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벨 누르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카루가 하이파이브에 성공하자마자 강아지들을 교육하는 차임벨을 구매했다. 그러나 카루는 인생에서 첫 실패의 쓴맛을 맛보게 되었다. 분명 벨을 터치는 하지만 소리 나도록 누르지 않았다. 더 세게 눌러보라고 내가 손을 같이 꾹 눌러줬지만 내가 누르지 않으면 본인도 누르지 않았다. 아쉽지만 실패를 인정하고 강아지가 하는 다른 교육인 ‘돌아’를 시도했다.

나는 간식을 손에 쥐고 카루 얼굴 위에서 내 손을 돌렸다. 비록 벨 누르기는 실패했지만, 돌아가는 손에 간식을 쥐고 하는 교육이라서 카루가 금방 해낼 줄 알았다. 하지만 카루는 몸은 돌리지 않고 얼굴만 계속 빙글빙글 돌렸다.


벌써 ‘돌아’ 교육을 시작한 지 4년이 흘렀다. 이쯤이면 포기했을 만도 한데 나는 아직도 카루가 곧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처음보다 빈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돌아 교육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카루는 내가 기대한 만큼 천재 고양이는 아닐지도 모른다. 애매한 노력형 고양이. 왠지 나랑 비슷하다. 아이가 생기면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던데 나는 카루를 보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그렇게 나에게 기대하셨는지, 분명 한계가 보였을 것 같은데 왜 포기를 못 하셨는지 말이다.


나는 그리고 카루는 열심히는 하지만 기대만큼 잘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수도 있다는 자그마한 희망이 기대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도 괜찮다.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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