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7년간 인격 수양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가늠하기는 어렵다.
평생을 함께 한 엄마와 딸의 관계 속에서의 나란 인간은 얼마나 미성숙했는지 종종, 아니 자주 느낀다. 좋은 딸의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 서로가 애써서 노력한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자연스러워야 할 관계에 힘이 들어가다 보니 삐그덕 거림은 자주 발생했다.
남들은 친구보다 더 편한 모녀의 관계라 하기도 하고, 친정을 마음의 안식처라고들 하지만 나에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인간은 정신적인 에너지를 행동으로 표현하는데 이때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무의식에 남아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특출 나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착하게 자라 결혼해 출가하길 원했던 일반적인 가족이었다.
무조건적인 수용이 납득되지 않는 엄격한 오빠와 엄마 아래에서 말을 아끼고 행동의 제한을 많이 받으며 자란 덕에 넘쳐나는 감정들을 쏟아내고 의지할 곳이 없었다. 밖에서는 착한 아이로 불렸지만 내 안에는 해갈되지 않은 감정들이 저 수심 아래 쌓여 있는 듯하다. 예민한 감정들을 적절히 표출하지 못하며 성장한 덕에 스스로를 제어하는 에너지가 부족해 커서까지도 안전한 대상인 엄마에게 집중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돌리는 방어기제가 발생하곤 한다.
그녀와 사소한 문자 끝에 의미 없이 붙은 비속어에 모든 것이 와장창 무너지는 밤.
"자기는 누구에게 ㅈㄹ 이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어?"
"응..."
"누가?"
".........."
"설마 내가?"
".... 응."
"아..... 기억이 안 나... 미안해..."
이따금 그녀의 막말에 대해 언성을 높이면 기억이 안 난다는 엄마에게 어쩜 그걸 기억 못 하냐 원망했는데...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