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성 Jan 13. 2021

3

사실, 괜찮지 않아요.


 "애 놓고, 당신이 하는 게 뭔데?"

 우리의 삐끄덕거림은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에 돌아온 후 얼마되지 않아 시작되었다. 당시 쇼핑몰을 운영 중이었기에 낮에는 아기띠를 한 상태로 일하기가 부지기수였다. 수면부족과 체력의 고갈보다 힘들었던 건, 혼자 애쓰고 있단 서운함과 억울함이 뒤섞여 이따금 분노로 폭발하곤 했다. 


"당장 출근해"     

"말을 왜 그렇게 해"     

"밤새 깨고 울어서 잠 한숨 못 잤는데, 당신은 울음소리가 안 들려?"     


 어느 날, 미처 맘 준비도 하기 전에 가장이 된 남자. 덜컥 짊어지게 된 그 무게를 스스로 알아차리기 전에, 아내에게 관심과 배려해 달라는 울부짖음은 폭언으로 나왔다. 상처를 주기로 작정한 입은 흉기가 되어 가슴을 깊게 쑤셨고, 그는 입을 닫아버렸다. 





 분명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공유한 부부인데, 서로의 기억 차이에 흠칫 놀란다. 

서로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에게 서운한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갔던 시간들. 아들이 어렸을 때의 모든 날을 생생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흘러 현재까지도 마음속 찌꺼기로 남아있는 그날들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모든 기억들은 지극히 1인칭 시점일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을 접하고 감정이 앞설 때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모아,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즉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었다. 그때의 내가 그랬다.




 "괜찮아. 내가 할게."

 나는 어쩜 배려로 포장한 자존심 싸움으로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지 않았다. 육아와 가사에 남편의 도움이 절실했지만 그럴수록 반대로 날 선 마음은 나와 아이의 간격을 바짝 좁힐 뿐이었다그가 절실한 외로움을 느끼기 바라듯



 "회사에 말했어."

 결국 신랑의 단축 근무 이후부터 우리 가정에 조금씩 평화가 찾아왔다.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와 본격적인 육아전쟁에 진입하며 마주하게 된 숱한 '서운함'에 관해서는 어디서부터 애기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껏 행복의 무게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바탕으로 한 조율 아닐까. 김미경 TV의 김미경 원장님도 책 <엄마의 자존감 공부>에서 아이에게 절대 줘서는 안 될 가장 위험한 감정을 '죄책감'이라 하였다.


 약간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을 다루는 능력을 유연성이라 한다. 

초반 나는 이 능력이 부족해서 스스로 폭발할 지경에 왔지만,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참여를 이끌었단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 아이에게 아빠 역할의 중요성은 그 어떤 것도 부족하지 않지만, 무엇보다 아빠와 충분한 시간을 보낸 아이는 정서적인 안정감과 애착을 느껴 사회에 적응하며 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 똑같은 상황을 여러 방법으로 바라보는 노력을 해야겠다 다짐한 시간들.

  

  




매거진의 이전글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