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엄마 일찍 퇴근하고 올게. 밥 잘 챙겨 먹고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해.
엄마가 미안해”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등지고 출근하는 걸음이 무겁다.
[38도]
아들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해열제 위치를 알려주고 자세를 낮춰 회의실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물에 젖은 짚신을 끌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회사에서도 아이에게도, 노약자석에 앉은 임산부 같은 마음이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퇴근 후 종일 힘들었을 아이를 품에 안는데 무릎이 욱신거려 무릎을 젖히고, 어깨가 쑤셔 어깨를 움츠리고, 눈이 시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엄마가 미안해...’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산 후 재취업을 하고 싶은 이유 중 94.9%가 경제적인 이유를 차지했다.
나 역시 현실적인 문제로 일을 놓고 싶지가 않다.
매달 나가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하여 일을 쉬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반찬값을 벌려 나온 것이 아닌 우리에겐 먹여 살려야 할 가족들이 있다.
출산 당일은 물론이고 몸조리가 필요했던 병원에서조차 노트북을 손에 놓지 못했던 것은 우리 아이의 의식주를 책임져야 하는 나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마음과 다르게 워킹맘이 되어 돌아온 회사생활은 녹록지 않았고, 그런 회사에서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하여 더 치열하게 매달렸다.
그만큼 아이에게 시간적 정서적인 소홀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 사이 돌이 안된 아이는 내가 안보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커가고 있었다.
그렇게 양쪽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한쪽만 치우친 시간 때문에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루에도 수십 번 자문하고 수정하고 또 묻고를 반복한다.
물론 회사에서는 워킹맘들에게 많은 배려를 해준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해답 없는 문제인지라, 그저 상황에 맞춰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이 인지 상덕으로 여기고 있다.
경력과 연륜이 쌓여 업무적인 효율과 능력이 높은 30~40대이지만 육아를 함께 해야 한다는 부분이 워킹맘에게는 물론 회사 입장에서도 큰 벽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워킹맘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지금 만일 육아를 위하여 일을 쉬었다 간, 낙오된 전사처럼 재취업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이력서를 넣을 곳이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워킹맘 채용을 꺼리는 회사 또한 많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을 수긍하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기까지 가정과 회사에 엄마라는 몸을 반으로 접어 마구마구 쑤셔 넣고 있는 중이다.~^^
자식을 키우며 늘어나는 지출을 위하여 부부가 함께 일을 하는 가정이 점차 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에 앞서 사회에서 육아와 업무를 함께 하는 워킹맘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 준다면 더욱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우리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