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좋은 핑곗거리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만남을 뒤로 미루었고 그 뒤로 만날 일은 없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친구들과의 자리가 즐겁지 않아 졌다.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면서부터 대화가 통하지 않게 된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특히 친구의 남편 욕, 시댁 욕, 애들 친구 엄마 욕은 정말이지 듣기 힘들었다.
나의 어색함을 친구도 느낀 건지 더 이상 연락이 없다. 울리지 않는 카톡을 보며 평온함을 느낀다. 그동안 함께 했던 추억은 기억 조각으로만 남아있다. 이젠 시간이 꽤 지나서 기억도 나지 않다가 순간 생각이 났는데 아무렇지 않은 걸 보니 나는 친구가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것 같다.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외롭다기보단 평화롭다. 나에게는 사람보다 고즈넉한 시간이 위안을 주는 것 같다. 인간관계로부터 행복보다 피곤함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은 조용히 살다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쉬운 점은 그동안 뿌린 축의금이 너무 아깝다. 축하한다는 뜻을 돈으로 표현한 거라 당시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연락이 끊어지고 보니 그들에게 왜 그렇게 듬뿍 줬을까 후회가 된다. 차라리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게 더 나았을 텐데.
이제 기쁨과 슬픔을 나눌 친구는 단 한 명만 남았지만 아쉽지 않다. 홀가분하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듯하다. 친구가 적다는 건 산뜻한 봄기운처럼 포근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