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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젤라 Nov 15. 2022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면접을 준비하며 쓴 글

요즘 면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인물을 묻는 질문은 면접 단골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은 존경하는 인물이 떠오르지 않아 '이순신'이나 '세종대왕'을 존경하는 인물로 삼고 살을 붙여 답을 해왔는데, 이제는 정말 존경하는 사람이 생겨서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면접관 : 존경하는 인물이 있나요?

나 : 네 저는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명문대학교를 졸업하시고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하였습니다. 30 중반에는 회사를 나와 사업을 시작하셨고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어느 날 거래처 사장이 사기를 친 후 외국으로 잠적했고, 그 여파로 아버지의 사업은 망했습니다. 저희 집 가세가 크게 기울었습니다. 아빠는 속이 문드러지셨을 텐데 자식들 앞에선 내색하지 않으셨습니다. 곧 이력서를 작성해 잠깐 동안 구직활동을 하고 작은 기업에 취직하셨습니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고용이 불안정했던 걸까요? 아빠는 원치 않게 회사를 몇 번 옮겼던 것으로 압니다.


저는 이런 아빠의 인생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일을 겪고도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할 일을 하셨으니깐요. 그런데 아버지는 다니던 대기업에 사직서를 내고 사업을 시작한 걸 인생의 오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건 인생의 오점이 아닙니다. 대기업에 사직서를 내고 사업을 시작한 건 '큰 뜻을 품었다는 의미'입니다. 목표와 열정이 있었다는 증거이죠. 거래처에 배신을 당한 건 '사람을 믿을 줄 알았다'는 뜻입니다. 인생에 어떻게 순풍만 불겠습니까?  아버지는 의도치 않게 삶의 굴곡이 있었으나 마지막까지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정말 존경받을 만한 분입니다. 아버지는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빠는 저의 진지한 고민에도 시답잖은 소리에도 항상 진심으로 답해주시던 분이었어요.

 

아빠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엔, 그동안 아빠가 이룬 것도 잃은 것도 전부 이승에 두고 빈 손으로 가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아빠의 손에 힘이 풀릴 때 저는 인생이 한순간 깨어나는 꿈처럼 덧없음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역경을 해치고 꿋꿋하게 버틴 대가치고는 허무한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제가 계획하던 직장에서의 승진이, 대학원을 통한 학벌세탁이 그 의미를 잃었습니다. 제게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인생 그냥 즐겁게 살다가라'라고..


그리고 아빠의 마지막 표정은 참 평온해 보였어요. 저는 아빠가 그렇게 편안한 표정을 짓는 걸 처음 봤습니다. 웃지 못할 일입니다. 비로소 죽는 날에서야 아빠는 편안한 표정을 가족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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