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은행직원 이야기 EP4.

그 돈 받으면 저 감옥가요

by 금은동주화

<그 돈 받으면 저 감옥 가요>


창구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던 평범한 어느 날이었다. 조심스럽게 다가온 한 손님이 말을 걸었다. 지점장님을 좀 뵐 수 있겠냐고,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고.


사실 그런 요청이 하루에도 몇 번씩은 들어온다. 모든 경우에 지점장님을 부를 순 없어서, 우선 어떤 일인지 여쭤봤다. 손님은 외국인이었고, 말투에서 중국 억양이 살짝 묻어났다. 조심조심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이유인즉슨


몇 년 전 한국에서 예금을 들고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급한 사정이 생겨 다시 한국에 들어왔단다. 그런데 이번엔 외국인등록증 없이 여권만 들고 왔고, 다른 직원에게서 여권만으로는 해지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는 거다.


하지만 규정을 확인해 보니 여권으로도 해지가 가능한 상황이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예금을 처리해 드렸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분은 “정말 감사하다”며 인사를 몇 번이고 반복하셨다. 이 돈으로 수술을 못 받으면 죽는거였다고, 나도 괜찮다고 인사를 하고는 평소처럼 그날의 일을 마무리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그분이 나를 찾아왔다. 손에 오만 원짜리 두 장을 꼭 쥐고 와선, “너무 고마웠다”며 조용히 내 손에 쥐어주려 하셨다. 한사코 안 받으려 했지만 주시고자 하는 의지가 꽤 강하셨다.

한참을 실랑이하다 나는 씨씨티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돈 받으면 저 감옥 가요.”


그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잘 지내라고 말하고 돌아가셨다.


그날 이후로 꽤나 시간이 지났지만… 이상하게 그날의 꼬깃하고 축축했던 오만 원 지폐 두장의 온도가 종종 떠오른다.

찾아간 자금으로 수술을 잘 받아 건강한 여생을 보내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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