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기억해 볼 수 있는 일기_1편
어린 시절, 초등학교 시절,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며칠 전 대청소를 하다가 문득 일기장을 꺼냈다.
독립을 준비하는 나로써, 집의 구석구석에 있는 짐들을 한 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문득 일기장을 보다가, 닳고 닳아 내용이 다 지워지기 전에 어디에다 옮겨 놓아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갑자기. 일기장의 글들을 모두 다 옮겨서 종이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나의 초등학교 2학년, 1998년, 이때는 참 힘든 시기였다.
모두가 이야기 하는 IMF가 우리 가족에게도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아버지가 회사를 퇴직하고, 트럭을 사서 생선 장사를 시작했고, 아침/점심/저녁 생선 요리, 반찬을 먹었어야 했다.
겨우 9살의 어린 녀석은, 엄마와 아빠가 일을 나가고, 2살 어린 7살의 동생을 돌봤다.
지금 돌이켜보면 형이라 동생을 돌봐야 했던, 책임감이란 것이 무엇이었을지도 몰랐을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나는 어떻게 보면 일찍 철이 든 편이었다.
그래서 더 힘든 삶을 선택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적다 보니 무슨 개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럼 이제 그때 적었던 일기들을 정리해볼까 한다.
물론 모든 일기장들이 남아있지는 않다.
당분간 시간 날때 마다, 일기를 옮겨 볼까 한다.
1월 26일 월요일, 날씨 햇빛과 구름
제목 : 시장
어머니와 동생과 나는 시장에 갔다.
시장에 가서 양말과 나의 내복을 샀다.
핫도그를 사먹고 과자도 사먹었다.
내일부터 구정에 들어가는 연휴라서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왔다.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 였다.
1월 29일 목요일, 날씨 맑음
제목 : 기차
즐거운 설명절을 지내고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고 나서 기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기차에서 많은 손님들이 기쁜 표정들이였다.
나는 다음 명절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잠자리에 든다
1월 31일 토요일, 날씨 맑음
제목 : 성당
오랜만에 아빠와 동생과 함께 성당에 갔다.
성당에 가니 친구들이 와있었고 미사는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인형극도 보았다.
참 재미있는 하루였다.
2월 3일 화요일, 날씨 맑음
제목 : 학원
학원에 가니 친구들이 많이와있었다.
피아노도 치고 실기 이론도 했다.
다하고 집에 돌아와서 동생과 놀았다.
2월 9일 월요일, 날씨 흐림
제목 : 친구집
나와 동생은 친구집에 갔다.
친구집에 가니 친구가 놀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와 나랑 함께 비행기를 접었다.
비행기를 접고 나서 비행기 대결을 하고 있는 데 친구 어머니께서 아이스크림을 사오셔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친구와 신나게 놀았다.
참으로 신나는 날이다.
2월 11일 수요일, 날씨 맑음
제목 : 와룡공원
할머니와 동생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와룡공원에 갔다.
와룡공원에 가서 운동기구도 타고, 놀이터에가서 시소, 미끄럼틀을 타고, 자전거도 타면서 놀았다.
참으로 신나는 하루였다.
2월 13일 금요일, 날씨 맑음
제목 : 성희유치원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이제 동생이 내가 다녔는데 입학을 한다
입학을 하기 전 동생 가방을 가지로 갔다
어머니와 동생을 기다리면서 유치원 놀이터에서 놀았다.
동생이 나오고 난뒤 동생과나는 꼬지를 사먹으로 갔다.
꼬지가 참 맛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주제에 유식하게 구정, 연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때만 해도 집에 차가 없어서 기차로 명절 이동을 했다.
아빠와 성당을 함께 갔었구나.
참 피아노 학원은 왜 다녔는지 의문이다. 바이엘도 못들어가고 시간만 보냈다.
친구집에 놀러도 갔었네
할머니가 집에 왔었다. 밀양 친할머니 이신듯하다. 좀 더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대학생 때 돌아가셔서, 취업해서 맛있는 것을 사드리고 싶었는데, 참 아쉽다.
성희유치원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었던 유치원이다. 유치원에서 어린이집으로 바뀌었다가 최근에는 노인 요양 시설로 바뀌었다.
일기장을 한장 한장씩 넘길 때 마다 오래된 먼지가 올라온다.
20년 넘게 있었는데 먼지 하나 없으랴, 그저 내 어린시절을 고스란히 담아 주고 있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