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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해 Jul 02. 2023

삶의 구멍을 채워나가기

 병원 진료를 받으며 내가 가진 불안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하다 요즘 내가 자꾸 꿈이 현실과 혼동이 오는 것이 떠오르며 나의 꿈에 불안함이 계속해서 투영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조금 알게 된 거 같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런 스스로를 무시하듯 다시 멀어지고, 이겨냈다고 생각하면 또다시 나를 무너뜨리는 불안과 두려움. 아마 이것들은 나와 평생 함께하겠지.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가겠다는 다짐은 이전부터 했지만 이 감정과 생각들이 부정적이라는 인식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선생님은 불안과 두려움을 왜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냐. 그로 인해 얻은 이득과 장점은 없냐고 물어보셨다. 내가 본래 가진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환경과 타인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두려움과 불안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주셨다. 내가 본래 가진 것은 어느 정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으니까 나의 몫과 외부의 몫을 구분하면 불안과 두려움에 맞설 때 지금보다 편안해질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순간 멍해졌다. 왜 그 생각은 안 해봤지? 아니 못했을까? 그동안 전부 나의 문제라고만 생각해 왔다. 불안과 두려움 자체에 잠식되어 버려 생각의 전환 자체를 할 수 없었던 걸까... 그래서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한 것 같다.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 보니 나의 내면을 더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에 익숙해진 나에게 책을 읽다 이런 글이 다가왔다. 모든 구절이 나에게 해당되진 않지만 한 곳만을 바라보고 거기에 갇혀 몰두하는 나에게 필요한 문장이었다. 문장을 곱씹으며 나는 오늘도 수없이 깨닫는 많은 것들부터 삶의 구멍을 채워간다.



시선을 옮기자. 나에서 타인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편안함에서 불편함으로. 다수에서 소수로. 쓸모 있지만 나를 녹슬게 하는 것들에서 비록 무용하더라도 나를 아름답게 하는 것들로. 시선을 옮기면 삶의 구석을 엿볼 수 있다. 시선은 행동을 이끈다. 행동은 삶을 변화시킨다. 오로지 나를 위해 내가 변할 수는 없다는 것. 나를 변하게 하는 건 내 시선이 닿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라는 걸 깨닫는다. 삶의 구멍은 수없이 깨닫는 것들로 채워진다는 걸 배운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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