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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Feb 07. 2023

35살 주니어, 스타트업 2회차 후기

이제 다시 대기업으로 못 돌아간다

작년 6월에 3년 반 동안 다녔던 대기업을 때려치웠다. 대기업을 나오면서 AI 엔지니어에서 블록체인 개발자로 전향했다. 이름이 독특한 '삭사하'라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주니어로 입사했다. 스타트업인데 투자금이 많지 않아 연봉을 많이 낮췄고, 빵빵했던 복지와 워라밸이 사라진 채로 밑바부터 다시 배웠다.


총 인원 4명. 우리는 회사 동료라기보다는 전쟁을 준비하는 전우 같았다. 여름을 지나 9월, 10월, 11월... 날씨가 추워지자 블록체인과 세계 경제 시장에도 윈터가 찾아왔고, 우리는 다음 라운드 투자를 받지 못했다. 그렇게 폐업 수순을 밟게 되었다. 6개월이었지만 짧고 굵었다.


3년 반을 함께 했던 팀장님과 동료들에게 퇴사한다고 말했을 때

스타트업에 입사해서 달마다 쓰는 돈이 버는 돈보다 많아서 통장 잔고가 계속 줄어드는 걸 느낄 때

투자사에게 데모를 보여줬는데 반응이 안 좋았을 때.

시장 상황이 안 좋아져 대표에게 퇴사 권유를 받았을 때

15개 회사에 지원했고 처음 본 면접을 완전 망쳤을 때

처음 합격한 회사에서 터무니없는 연봉을 제안받았을 때

한 회사의 면접에서 대표가 성희롱과 비슷한 얘기를 던졌을 때


참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러 감정들을 느낀 6개월이었다.




다사다난했던 22년이 끝나고 올해 1월 2일부로 두 번째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50명 규모인데 직전 회사가 총 4명이어서 그런지 체감은 대기업에 다시 입사한 기분이다. 일단 아침, 점심, 저녁 식비가 나와서 감사한 마음으로 일한다. 또 HR, 마케팅, 운영팀이 따로 있어서 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제 서비스가 빠르게 바로바로 나오는 회사여서 좋다.


35살 늦은 나이에 스타트업에 입사하여 스타트업 생활이 만족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즐거움이다.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능과 개념을 빠르게 파악하여 서비스로 만들고 세상에 선보이는 것. 이게 스타트업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과정은 쉽지 않다.


스타트업은 무조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난관에 부딪히면 처음에는 막막하다. '이걸 어떻게 이해하지? 어떻게 기능을 설계하고 구현하지?' 하지만 몰입하고 계속 그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신기하게 점점 여러 개념들을 이해하게 되고 기능도 끝내 구현해낸다.  


<막막함 - 몰입 - 성취>의 반복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이러다보니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야근을 자주 한다. 회사를 위해 꼭 이 일을 해내고 싶어서, 재밌어서, 내 성장을 위한 공부라고 생각해서 일을 하게 된다. 이 싸이클을 경험한 나로서는 다시 대기업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벌써 2월 7일이다. 2023년이 된지 한 달이 넘었고 2월이 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바쁘게 일하다보니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올해는 또 어떤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최소 1년 동안은 지금 이 회사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성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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