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수당 주면 저도 맨날 야근하죠. 근데 야근 수당 안 주니까 내 할 일만 빨리 잘 하고 퇴근하는거죠ㅎㅎ 오히려 야근하는 사람이 일 못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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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잉???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야근 많이 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야근하는 사람이 일 못하는 건 아니잖아...'. 이 얘기를 듣고 생각에 빠졌다. '내 할 일'이라는 건 팀장이 시킨 일을 말하는 걸까?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한다면 내가 맡고 기여할 수 있는 '내 할 일'은 훨씬 더 많지 않을까?
그런데 나도 이전 회사 다닐 때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일을 최대한 조금 하는게 가장 이득이라는 생각. 임원이 되려면 일을 엄청 많이 하고 성과도 좋아야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피곤할 거라는 걸 입사하자마자 알아차렸다. 임원 되는 게 아니라면 연봉은 고만고만 할 거니까 딱 받는 만큼만 일한다는 마인드를 갖게 됐다. 동기들이랑 수다 떨다가 나머지 시간 집중해서 일하고 칼퇴근 하는 게, 일도 잘하면서 휴식도 즐기는 바람직한 회사생활이라고 생각했다.
<Work = 싫은 것, Life =좋은 것, >
그렇게 대기업에 다닐 때는 회사에서 내 꿈을 이루는 걸 포기했었다. 대신 퇴근한 후의 삶에 집중하여 자기계발과 부업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회사생활에서 하는 업무는 재미없고 의미없는 일이 되었고, 퇴근하고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하는 자기계발은 신나고 즐거웠다.
이렇게 보냈던 3년 6개월의 회사생활의 결과는 어떠했나.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삶을 살게 되었다. 회사원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데, 회사에서의 삶이 의미가 없어지다보니 아무리 퇴근하고 자기계발을 하며 즐겁게 보내도 반쪽짜리 행복에 불과했던 것이다. 회사에서의 소속감과 성취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워라밸을 추구하는 삶을 살다가 두려움을 느낀 건 내 업무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경쟁력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계속 수동적으로 일한다면 과연 5년 후의 나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이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그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어떻게 해야 내 분야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고민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과 퇴근 이후의 삶을 어느정도 일치시켜야겠어. 야근을 해서 워라밸이 조금 깨지더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가야겠어.'
그래서 지금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고 하루하루 능동적으로 즐기면서 하고 있다.
<회사원들의 망하는 지름길>
직장을 결정할 때 재택근무 여부와 워라밸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업무 때문에 내 삶을 잃어버려서는 안 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업무 효율도 오른다. 하지만 내 머릿 속에 '칼퇴근과 휴식 =좋은 것, 일과 야근 = 나쁜 것'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순간, 전문성과 경쟁력을 잃고 망하는 지름길로 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MZ뿐만 아니라 50, 60대를 포함해 일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본다.
물론 '내 할 일'에 대해서만 책임감 갖고 맡아서 하는 것도 좋다. 1시간 더 일해도 돈을 더 주지 않는다고 해서 칼퇴근 하는 것도 존중한다.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르고, 심지어 본인의 성장에 대한 생각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故 이건희 회장님도 생전에 말씀하셨다.
"바뀌고 싶은 사람만 바뀌어. 많이 바뀔 사람은 많이 바뀌어서 많이 기여해. 적게 밖에 못 바뀌는 사람은 적게 바뀌어서 적게 기여해. 그러나,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마라."
계산적으로 일하고 워라밸을 추구하는 삶... 나도 그랬으니 이해는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회사의 방향성과 비전, 그리고 자신과 동료의 성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 인재상에 'Self-motivated'가 있는게 아닐까. 그런 사람이 많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고, 점점 그런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