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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Jul 09. 2023

길에서 담배 피는 사람님들께.

욕하고 싶다... 길에서 담배 피우는 새님들 끼님들

살다 보면 화가 나는 순간이 있다. 보통은 이내 사그라들지만 어떨 때는 주체할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도 있다. '아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사람인 건가?? 새님인가 끼님인가?'. 나쁜 생각과 말을 줄이고 좋은 걸로 가득 채워야 내 정신 건강과 뇌에 좋은 걸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욕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땐 글을 써야 한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은 그동안 내가 만난 길빵을 했던 모든 사람들께 바친다.




[코로나 종식이 가져온 새로운 불편함]


내 화를 돋운 건 바로 길거리에서 담배를 너무 당당하게 피우는 사람들이다. 금.연.구.역 앞에서 바로 담배 피우는 위법정신과 배짱은 어디서 나온 걸까.


코로나가 종식되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된 이후로 일상생활이 너-무 편해졌다. 회사에서 매번 마스크를 쓰고 얘기하고, 늘 마스크를 챙겨야 하고, 더러운 게 묻으면 갈아껴야하는 등.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수많은 불편함이 사라졌다. 하지만 치명적인 새로운 불편함이 하나 생겼다. 바로 길에서 담배 피우는, 소위 길빵러들이 다시 등장했다는 것. 마스크를 착용하고서 담배를 피울 수는 없었으니까, 그 간의 서러움을 위로받기라도 한 듯 요즘 길빵러들이 더 많이 보인다. 


금연 구역 앞에서 떳떳하게 담배를 뻑-뻑 피우는 사람. 걸어 다니면서 자신의 담배 연기를 여러 사람들에게 흩뿌리는 사람. 좁은 길을 가로막고 담배를 피워서 그 길을 지나가려면 무조건 담배 연기 한 번은 마시게 만드는 사람. 무리 지어서 담배 구름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피고 싶어 미칠 것 같은 건 알겠어. '여기'에서만큼은 참아줘]


이 글을 쓰게 만든 건 코로나 마스크 해제 이후 그동안 내가 만난 길빵을 했던 모든 사람들 덕분이다. 그 사람들의 담배 연기 하나하나가 쌓여 내 깊은 빡침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그중 1등 공신을 찾는다면 습하고 덥던 7/5 목요일 오후 점심, 메가커피 키오스크에서 커피를 주문을 하는데 그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다.


메가 커피에서 꿀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기다리던 내내 그 사람의 담배 연기를 맡았다. 하필 바람도 많이 부는 날이었다. 담배 연기가 카운터 바로 앞에 있는 나한테까지 진하게 퍼졌고,  '이 연기가 카운터 구멍을 타고 들어가 매장에 있는 내 커피에까지 들어가지 않을까'를 걱정하게 된 순간부터 온몸이 불쾌해졌다. 커피가 나와서 커피를 들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도 그 사람을 뚫고 가야 했다. 숨을 참고 커피 뚜껑을 손으로 덮으면서 그 옆을 지나갔지만 이미 망친 기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다음번에 만나면 반드시!! 한마디 한다]


에어컨 나오는 쾌적한 사무실로 들어가니까 불쾌했던 감정이 금세 사라졌다. 하지만 담배 냄새로 인한 불쾌함을 온전히 마주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함이 싫었다. 다음번에 길빵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꼭 한마디 해야겠다.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하고 시뮬레이션해두면, 급작스럽게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훨씬 얘기하기가 쉬워진다. (저번 '여자 개발자는 일 못하잖아요'라는 글에서도 불쾌했던 감정을 잘 정리해서 그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 의견을 잘 피력할 수 있었다)


또 담배 냄새로 날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


'안녕하세요, 죄송한데 여기 사람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담배 냄새를 맡게 되는데 다른 곳에서 펴주실 수 있나요?'


'카페 바로 앞이라 담배 냄새가 카운터에서부터 안쪽까지 다 퍼지는데 다른 곳에서 펴주실 수 있나요?


금연구역이 어딘지 모르겠고 너무 피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거리에서 피는 건 내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줄게. 동물이니까 못 참을 수도 있지. 하지만 제발 음식점과 카페 바로 앞에서는 피지 말아 줘. 


다음번에 만나면 꼭 한마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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