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랑은 의미가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변해버린 사랑의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세상이 급변할수록 사랑의 모습은 빠르게 변해간다. 그 흐름은 음악 인기차트 순위만 봐도 알 수 있다. 90년대, 상위권을 장악하던 절절한 사랑을 담은 발라드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실 사라졌다기보다는 곡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내놓으라 하는 발라드 가수들도 차트 인하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예전의 사랑은 "너 없인 못살아.", "너와 헤어지고 힘들어 죽을 것 같아."와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사랑은 "사랑 따위 별거 아냐.", "너 없이도 행복할 수 있어"와 같은 쿨하고 미련 없는 사랑을 그린 빠른 템포의 노래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일까 아이돌과 래퍼만이 차트 무대를 누비고 있고, 그나마 몇 개 보이는 발라드는 어떻게 순위권에 있는지 불가사의할 정도로 이름 모를 가수의 노래들이 여러 의혹을 품은 채 간간이 보일 뿐이다.
우리가 변한 걸까 사랑이 변한 걸까. 아니면 누군가 진실을 속이고 있는 걸까. 막연히 아쉬워하거나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요즘 사랑의 모습이 이런 것을.
다만, 쾌락과 재미만을 좇아 시작과 끝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모습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방식은 시대와 함께 흘러갈 지라도, 진심으로 사랑할 때만 느낄 수 있는 변하지 않는 것들은 요즘 사랑에도 담겨 있기를 작게 소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