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장한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만..
의논할 게 있는데 연구실로 잠깐 찾아봬도 될까요?
그러신가요. 그럼, 제가 학과장님 연구실로 가겠습니다.
제가 갈게요.
제가 갈게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근데 혹시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아, 네 강의 관련해서 의논드릴 게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학과장님 연구실로 가면서 생각해 봤다. 학과장님이 강의 관련해서 나랑 무슨 말씀을 나누고 싶은 거지? 내가 담당했으면 하는 강의가 있는 건가? 강의를 추가하거나 할 때는 교무 당당자들이 연락할 텐데...
혹시 그 학생 담임 건으로 연락한 건가...
# 그 학생: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들과도 마찰이 많아 꽤 유명한 2학년 학생이 있다. 3학년이 되면 졸업 논문을 준비할 담임을 정해야 하는데 이 학생의 3학년 담임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얼마 전 학과장이 담당할 지원자를 찾는다는 메일을 모두에게 보냈었다. 이 학생은 정신적인 장애가 있고 공격적인 학생으로 교직원들과 학생들 간에도 꽤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대면 대신 온라인 강의만 고집하고 있어 3학년 담임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앉으시죠.
...
미안한 듯 말문을 열었다.
아시겠지만 G군(그 학생)이 세미나 담임을 못 정하고 있어요.
네 저도 소문도 듣고, 학과장님 메일도 읽어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세미나가 이번에 학생이 적다고 들었는데 선생님이 좀 맡아 주실 수 없을까 해서요..
제가요?
네
음... 그 학생이 문제가 많다는 소문은 많이 들었는데, 제 과목을 수강한 적도 없고 저랑 직접 대면한 적도 없어 어떤 학생인지 모르는 상태로 제가 담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누구도 맡고 싶지 않아 하고, 선생님도 그렇지만 다른 선생님들은 다 대면으로 세미나에 참가해야 하는 걸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 학생은 온라인 출석만 고집하고 있어요.
제 세미나도 대면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선생님도 그러시겠죠... 그 외에도 다른 세미나에는 이미 학생이 많다든지, 그 학생과 문제가 생긴 여학생들이 있다든지...., 이래저래 따져보니 그래도 선생님 세미나가 제일 가능성이 있어 보여 부탁드리게 됐어요...
그럼 그 학생이 연구하고 싶은 주제는 어떤 분야인가요? 제가 담당한다고 해도, 그 학생이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제 전공과 너무 다르면 제가 지도하기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학생과 얘기 나눠 봤어요. 그 학생은 자기처럼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돌볼 수 있는 학원이나 복지 시설 같은 걸 운영하고 싶고, 그런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쓰고 싶다고 해요. 하지만 현재 우리 학과에는 그런 주제로 졸업논문을 지도할 수 있는 분이 안 계신다고 봐야겠죠. 학생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구요.
그러니 담임의 전공이나 관심 주제는 학생도 따지지 않겠다는 거네요.
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제가 맡고 있는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진행해야 하나요?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이 학생은 따로 좀 지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참 쉽지 않은 학생이네요. 이 학생은 왜 이러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요? 학교에 나오게 하면 안 되나요?
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있다는 진단서를 제출한 상태예요. 진단서를 보면 자택에서 요양을 하라고 나와있어요.
아.. 진단서까지 제출했군요...
네, 여기 진단서 참고하세요. 이건 개인 정보니까 선생님만 참고하시고요.
정말 그렇군요. 네, 저만 참고하겠습니다.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들한테 공격성 메일도 많이 보내고... 문제가 심각하지만, 선생님이 잘 좀 지도해 주세요.
이런 학생이 계속 대학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학교도 잘 안 나오고 교직원들과 마찰도 심한데 그냥 퇴학시키면 안 되나요?
그게 쉽지 않아요. 그런 방법에 대해서 대학 담당 변호사와 상의를 했는데, 현재까지 이 학생이 일으킨 문제로는 퇴학을 시키기는 어렵다고 하네요. 그랬다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그러니 어떻게든 졸업을 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네요. 꽤 집요하고 신경질 적으로 반응한다고 들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지금 분위기는 제가 담당을 해야 할 거 같긴 한데, 어떤 학생인지 감이 오지 않아 잘 지도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선생님 혼자 감당하면 힘들 수 있으니, 저와 교무 담당 K선생님이 함께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담임을 하고 학과장님과 K선생님이 도와주시는 걸로 하고 제가 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운 부탁 들어주셔 고맙습니다.
대학에는 가끔 정신적 장애가 있는 학생이 있지만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공부를 하는 편이다. 하지만 위의 G군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많은 이들이 곤란해하고 있는데, 이런 학생이 점점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장애가 있는 학생을 일본에서는 합리적 배려가 필요한 학생으로 칭하고 있으며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에도 알고 보니 20여 명이나 있다고 한다. 일본 전체로 보면 3만 명을 넘었으며, 이는 10년 전에 비하면 네 배가 증가한 수치라고.
짐작건대 이런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대학에서 정원 문제 때문에 이런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편, 이렇게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어, 2024년 4월 1일부터 장애인 차별 해소법이 개정 돼, 학교를 포함한 모든 사업자는 장애인에게 합리적 배려가 의무화되었다.
대학 내에서도 어떤 학생에게 어떤 배려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위의 G군처럼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공격적인 학생이 있을 경우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뾰족한 답이 없다. 여러모로 걱정이지만 우선 부딪쳐볼 수밖에....
이미지 출처: 구글